딴지마켓 락기
요리를 하다보면 가끔 기름 맛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한식을 할 때 엑스트라 버진, 그것도 올리브 풍미가 가득한 고급 올리브유를 쓰면 올리브 향 때문에 한식 고유의 향을 훼손해 음식 자체가 먹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식을 만들 때는 최대한 향이 덜 나는 콩기름 식용유나 카놀라유를 쓰게 된다.
가끔 아쉬울 때가 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기름을 써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다. 엄격하게 세분화한 올리브유 정도는 아니지만서도 한식과 잘 어우러지는 좋은 기름이 있었으면 싶더라.
좋은 유채유
카놀라유는 사실 마케팅 용어이다. 유채꽃이 영어로 ‘rape blossoms, rape flower’이며, 라틴어 ‘순무(rapu)’가 어원이라고는 하지만 부정적인 단어와 스펠링을 공유하기에 카놀라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본 글에서는 유채유라고 쓸 터인데,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카놀라유를 언급해 보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좋은 유채유란 무엇일까를 알아보자. 일단, 당연하게도 원재료가 좋아야 한다. 네니아는 원재료인 유채가 좋은 곳을 찾아보았다. 처음엔 당연히 한국에서 찾았는데, 수급 불안정이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안정적 공급이 되면서도 질 좋은 유채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곳이 바로 호주인 거다.
호주는 축산업도 강국이고 광업도 강국이며, 농업도 강국이다. 비옥한 토양을 가진 호주에서 안정적으로 유채씨를 얻은 다음 바로 호주에서 압착해서 기름을 뽑아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압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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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이하로 압착하는 냉압착 유채유
49℃ 이하라고는 해도 뜨끈한 수준보다는 뜨거운데 왜 냉압착이란 말을 쓰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보통 식용유를 뽑아내는 데는 3가지 방법을 쓰는데, 첫째는 가열해서 볶고 압착해서 기름을 뽑아내는 방식. 둘째는 화학적 용매를 사용하여 기름을 뽑아내는 방식. 마지막으로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만 해서 기름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데, 우선 냉압착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열을 가하지 않고 뽑아내서이다. 무언가를 압축하고 압착하면 열이 발생하고 압착하는 기계 자체도 열을 뿜어낸다. 그 외에 열을 가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쓰지 않아서 냉압착이란 말을 쓰는 거다.
냉압착의 장점은 재료 고유의 영양소 파괴가 현저히 적다는 것과 향과 맛이 깔끔하다는 데에 있다. 단점이라면 나머지 두 방식에 비해 현저히 적은 생산량이다. 생산량이 현저히 적지만 냉압착은 기름을 뽑아내는 가장 고급스러운 방식이기도 하다. 올리브유도 냉압착 방식의 엑스트라 버진이 가장 고급에 속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겠다.
첨가물 없는 유채유
첨가물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보통 정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거품이 나지 않게 해주는 소포제를 사용하고 기름을 짜는 과정에서 효율을 올리기 위해 노말핵산을 사용하는데, 네니아 유채유는 그런 거 없이 작업 과정이 불편하다 할 지라도 냉압착만으로 기름을 뽑아낸다는 거다. 그야말로 100% 유채씨만을 압착하기 때문에 첨가물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
유채유를 써보기에 앞서
여러 장점을 얘기했다. 이제는 실제로 써 봤을 때를 언급할 때다. 유채유는 향도 거의 없고 맛도 무맛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향과 맛이 있는 기름이 필요할 때를 제외하곤 다 쓸 수 있다. 그리고 발연점(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도 높아 튀기는 용도로도 좋다. 물론 산패율도 있어 6시간 이상 쓴다든지 중식처럼 완전 고화력으로 쓴다든지 하면 좋지 않지만, 가정에서 흔치 않은 일이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본인은 고민이 많았다. 커뮤니티의 ‘결혼은 하셨는지…’의 대명사인 새우튀김을 해볼까, 아니면 레토르트 전을 튀겨볼까 말이다. 그러다 문득 어릴 때 맛있게 먹었던 미니 돈가스가 떠올랐다. 은근 기름을 많이 써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오늘 저녁은 미니 돈가스로 결정! 퇴근 길에 미니 돈가스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유채유를 처음 딸 때 조심해야 한다. 뚜껑 반대편으로 뜯어야만 잘 뜯긴다. 본인, 이걸 미리 알았어야 했지만, 위로 뽑아버려서 고리가 날아가 버렸더랬다. 나의 완력이 이 정도인가 하는 흐뭇한 감정이 드는가 하면, 짜증도 내부에서 솟아올랐다. 결국 가위의 힘으로 뽁! 뜯어내 다행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잘 뜯기를 기원하는 바다.
리얼 사용기
먼저 향을 맡아보았다. 흔히 아는 기름 냄새가 조금 날 뿐이고 향이 강하진 않더라. 살짝 맛도 봤는데, 올리브 오일과 같은 개성 강한 맛은 나지 않았다. 맛과 향을 느껴보았다면, 이젠 본격적으로 요리에 써봐야 할 타이밍이다. 후라이팬에 유채유를 두르고 불을 켰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튀겨도 되겠다 싶어 미니 돈가스를 투하했다. 머리는 조금만 넣으라고 했지만, 손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양임에도 잘 튀겨지더라. 잘 튀겨진 미니 돈가스의 맛은 늘 먹던 그 맛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의심했던 유채유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요리에 영향을 주는 기름이 아니라는 걸 검증한 셈이다.
샐러드에 넣어도 좋다고는 했는데, 샐러드에 오일은 잘 넣지 않는 편이고 넣더라도 올리브 오일을 넣는 편이라 실행해 보진 않았다. 다만, 올리브 오일의 맛과 향을 꺼리는 분께는 추천할 만하다. 냉압착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반 기름에 비해 느끼한 맛은 확실히 적기 때문이다.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다.
일반 카놀라유에 비해서는 확실히 가격이 높다. 하지만 너무 부담될 만한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용유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과감히 추천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조금 더 안정적인 요리, 순수한 냉압착 유채유를 찾는 분께는 추천드리고 싶다.
호주산 유채씨를 검사하고 49℃ 이하 냉압착 방식으로 만든 고급 유채유. 써보시라.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잔잔한 변화는 느끼실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