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낍
유학을 오고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가 되어가는 중이다. 계기는 먹고 싶은 게 있는데 사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자꾸만 발생한 것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가진 재료가 허락하는 한에서는 그리운 맛을 나름 성심성의껏 내는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번 제품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바로 이 포인트였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시작해 개발한 음료가 오늘 소개하는 짐버(GIMBER) 생강 원액이다.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에서 미식 금메달리스트로
짐버의 창업자 디미트리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였다. 직업적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술을 진탕 먹거나 아니면 콜라, 사이다 같은 설탕 가득한 소다 음료를 진탕 마시게 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알콜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건강한 음료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듀서로서 가지고 있던 마지막 자금을 음료 개발에 털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짐버의 시작이다.
음료 개발 중인 디미트리
참 엉뚱해 보이지만, 혼자 먹으려고 만든 한 병의 음료가 주변인들의 요구로 여러 병이 되었다. 그러다 지역의 작은 편집숍에서 판매를 하게 되고, 끝내 몇십 킬로미터나 운전을 해 짐버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생기며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파리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백화점인...
봉 마르쉐(Bon Marché)에까지 입점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파리 리브 고슈(Rive Gauche) 파리지앵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2019년 프랑스 미식 어워드에서 논 알코올 부문 금메달을 따기에 이른다.
금메달을 획득한 디미트리
재미있는 사연이다. 아직도 기업보다는 TEAM GIMBER라고 소개하는 모습에서 젊음과 생기를 절로 느끼게 된다. 제품 사이트의 후기에도 새로운 맛이자 건강한 맛이라는 평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맛있다는 후기가 가장 많다. 개발자가 자기 자신을 만족시킨 음료이기 때문일까? 역시나 하고 싶은 걸 할 때 좋은 결과를 내는 법이다.
마성의 밸런스, 맵지 않고 매력 있다
짐버의 첫인상은 생강 향이 화악 입에 퍼지는데도 혀는 맵지도 아리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이 밸런스를 잡는 것에 전부를 쏟아부었다고 한다. 생강의 원산지를 고르는 데에만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고. 실제로 개발자가 여기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고 한다. 생강 특유의 달달한 맛도 느낄 수 있지만 한국에서 마시던 꿀에 절이거나 설탕에 절인 생강차와는 사뭇 다르다. 레몬도 꽤 들어갔는지 상큼한 맛도 살짝 난다. 거기에 더해 조화로운 향신료의 향도 느껴진다.
물이나 음료에 희석해 마시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기어이 스트레이트(?)로도 마셔봤다. 매운맛이 좀 더 강해지긴 하지만 입에도 못 대게 맵진 않다.(그래도 위장과 식도를 위해 희석해서 마시는 게 좋겠다) 따뜻한 물에도 찬물에도 시원한 탄산수에도 오렌지 주스에도 잘 어울린다. 자꾸만 당기는 매력이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자주 마셔도 괜찮은 음료
짐버 개발자가 소망했던 대로 자주, 오래 마셔도 괜찮은 음료다. 유기농 재료만 엄선한 데다 다른 첨가물 없이 순수하게 만들어 부담이 없다. 지금 파리에서 짐버가 돌풍 급의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다.
지금 프랑스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환경과 건강이다. 요즘 우리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프랑스라 할지라도 식당이나 슈퍼에서 건강한 음료를 선택하는 게 쉽지는 않다. 술이나 커피, 콜라, 사이다 같은 소다 음료가 가장 흔하고 많이 마신다. 때문에 유기농 콜라가 진열대의 앞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봉 마르쉐 백화점에서는 짐버를 필두로 여름맞이 건강음료 코너를 최전방에 설치하기도 한다. 그만큼 건강한 음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
우리도 예로부터 몸 생각할 때 마셨던 게 생강차인 것도 같은 이유가 될 듯하다. 겨울이 되면 엄마가 생강차를 한 주전자 달여 끊임없이 마시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질리는 게 생강차지만, 짐버와 함께라면 아주 간편하고 맛있게 그리고 다양하게 생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포인트다.
세련된 최신의 트렌드를 경험하다
디미트리는 짐버의 질과 맛만큼이나 로고와 패키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로 다양한 사이즈의 보틀 모두 세련되고 예쁘다. 유리 소재라 다 마신 후에 다양하게 재사용도 가능하다. 버릴 때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당연하다. 여러모로 쓸모 있는 짐버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을 실시간으로 만난다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파리의 짐버 판매스팟이 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프라이빗한 에피스리(épicerie, 식료품점)이거나 레스토랑 그리고 BIO SHOP(유기농 전문샵)이다. 짐버는 파리지앵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한 번씩 마셔보는 것 자체가 트렌드를 앞서가는 모양새로 다가온다. 장거리 여행이 어려운 요즘, 현지의 유행상품을 실시간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생각보다 더 다양한 레시피
700mL 한 병을 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이나 음료와 함께 즐기거나 음식에 양념으로 사용했다. 아무래도 희석해서 마시다 보니 생각보다 더 넉넉한 양을 즐길 수 있다. 오픈한 후에도 냉장고에서 최장 60일까지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겨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원한 탄산수에 짐버를 타 먹는 일이 가장 많았다. 농도를 비롯해 점점 여러 시도를 해보게 되었는데, 얼음 유무, 취향에 따라 농도를 잘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후추를 살짝 얹었을 때와 타임을 곁들였을 때에도 취향에 맞았다. 후추는 오0기 순후추가 아니라 통후추를 갈아서 넣었다는 점을 상기해드리고 싶다. 단맛도 기본적으로 있고, 약간의 향신료도 더 해져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석대로 플레인하게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후에 다양한 시도로 개인의 취향을 찾아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통후추 추가요
두번째는 비빔국수 양념에 조금 넣어봤다. 고추장, 고춧가루, 와인식초, 마늘, 설탕 조금과 짐버를 넣었다. 몇 시간 정도 숙성한 후에 국수를 삶아 비볐는데, 어우러짐이 생각보다 더 좋았다. 생각해보면 어떤 양념을 하든 생강을 조금 더하면 맛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먹다가 생강 조각을 씹는 불상사(?)가 없이 생강의 향과 맛이 배어 나오니 개인적으로는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수에 고기를 올렸는데, 고기 양념에도 넣었었다. 맛은 좋았지만 고기를 재우는 용도로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알코올음료가 싫어서 개발했다는 데도 청개구리의 마음으로 기어이 보드카랑도 마셔봤는데 꽤 괜찮았다. 특별한 재료 없이 짐버와 보드카만으로도 상쾌했다. 레몬즙과 레몬 조각을 곁들였을 때도 상큼한 매력이 있었다. 진과 함께라면 오이랑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쉼을 주는 음료
개발자인 디미트리는 누군가에게 휴식과 차분함을 줄 수 있는 음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더운 날 시원하게 한 잔, 지쳐서 돌아온 저녁에는 따뜻하게 한 잔. 짐버를 마시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게 됐다. 내게는 마시는 것만으로 우리의 일상에 쉼을 주는 음료, 오래 마시고 자주 마셔도 부담이 없는 음료였다. 짐버와 함께라면 앉아 있는 그곳이 바로 휴양지처럼 느껴진다. 바캉스를 떠나기 어려운 올여름에 딱 맞는 음료가 아닐까?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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