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편집부 챙타쿠

집들이 혹은 병문안 등을 갈 때 사가는 품목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신혼집에 갈 땐 휴지, 집안 어른들 뵈러 갈 땐 과일바구니, 아이들 있는 집엔 주전부리(빵이라던가). 이 정도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인데...

문제는 신혼집에 가면 쌓인 게 휴지고(나 같은 애가 여럿 있었을 것이므로), 어른들은 나를 위해 이미 과일을 사두었으며(그것도 계절과일로), 아이 있는 집엔 빵은 물론 여러 종류의 과자&초콜릿이 맛 (혹은 브랜드) 별로 쌓여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흐르는 건 ‘너 또한 이걸 사왔냐’는 무언의 타박과 어색한 정적. 남들 사는 거 나도 사봤다는 이유로 돈도 쓰고 인상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줄 때 면구스럽지 않고 받는 이의 집에도 없을 만한,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 한다고 묻는다면...

‘오메기떡’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따란-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로 만든 떡에 콩가루나 팥고물을 묻혀 먹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으로, 어째서 오메기떡이 갑자기 등장한 거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어디서든 먹히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에선 ‘오메기떡’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차조가루를 익반죽하여 둥글게 빚어 가운데 구멍을 낸 다음 삶아 건져서 물기를 빼고 콩가루와 팥고물을 묻힌 떡이다. 오메기는 원래 청주와 소주를 빚기 위하여 만들던 떡으로 고소하고 전통적인 좁쌀 특유의 맛이 난다.”

오메기떡의 ‘오메기’는 차조(좁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위에서 언급하듯 차조를 주재료로 한다.

쌀과 섞어 먹는 대표적인 잡곡인 차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2) 주성분이 단백질과 지방으로 되어 있어 소화가 잘된다.

  3) 칼슘과 철분이 함유되어 있다.

  4) 엽산이 풍부

  5) 비타민A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

  6) 비타민B의 일종인 나이아신이 풍부

이처럼 차조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이로운 잡곡이며, 쌀 다음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하여 초기 이유식에도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차조가 어디에 많이 쓰인다? 오메기떡의 ‘오메기’가 무엇을 뜻한다?

오메기, 오메기하고 울어보련다

받는 사람이 어른이든, 신혼부부든, 아이 있는 가족이든, 오메기떡으로 나의 센스를 과감하게 어필해보는 것이다.

그 오메기떡, 어떻게 만드는 건데

그 오메기떡을 어떻게 만드냐고 묻는다면, 딴지마켓에서 할 대답은 하나다.

오메기떡의 고향 제주도, 그 중에서도 ‘신성떡집’이 있는 '제주중앙로상점가 골목시장'을 찾아갔읍니다.

‘신성떡집’은 ‘제주중앙로상점가 골목시장’에 있다.

이 주변에 모든 시장이 모여있으니 볼거리가 한 가득이다.

시장은 언제 와도 유혹당할 것들이 참으로 많은 것이고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지만, 난 참새와 닮긴 했어도(?) 목적의식은 확실한 사람이라 바로 ‘신성떡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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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은 상점가 안으로 들어가면 머지않아 도착한다. 분명 밥을 먹었음에도 자꾸만 뭔가 더 들어가게 만드는 떡의 구수한 냄새를 따라가면 ‘신성떡집’을 만날 수 있다.

‘떡집’이라는 이름답게 오메기떡 말고도 여러 떡을 만드는 모양이지만, 역시 나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이므로 현관에서부터 ‘오메기떡’을 외쳤다. 그러니까 그 오메기떡, 어떻게 만드는 건데.

오메기떡에 들어가는 재료는 크게 네 가지다. ‘오메기’를 뜻하는 차조에다가, 찹쌀, 팥, 쑥.

팥과

사이좋게 섞인 나머지 재료들. 아마 뱃속에 들어가면 더 사이가 좋아지겠지.

그럼 본격적으로 만들어보겠읍니다.

가장 먼저 기계로 찹쌀을 가루 낸 다음(기계에 '방앗간기계'라고 쓰여있었던 것 같다...),

가루를 찜 틀에 예쁘게 담는다.

열심히 찐 다음,

쑥을 비롯한 재료들과 열심히 섞어주면,

이런 예쁜 반죽이 된다. 이 아이는 오메기떡이 속이 될 것이다.

이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만든 후,

잘 솎은 팥으로 감싸면,

보기만 해도 단정해서 군침이 흘러버리는 오메기떡이 탄생하는 것이다.

벌써 한 박스 해치웠다...

삶아서 만드는 다른 떡과 달리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오메기떡은 제주를 대표하는 간식거리이자 향토 음식 아니던가. 멀리 바다 건너에서 온 거라며 정성까지 어필하며 온 동네 센스쟁이가 되어보는 게 좋겠다.

새로운 오메기떡이 먹고 싶은 사람 모임

상대방이 팥을 싫어하거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 오메기떡을 선물하기 뭔가 망설여질 수 있다. 아님 호불호에 상관없이 받는 사람이 이가 안 좋다거나, 치아교정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팥과 떡이 교정기에 끼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이다).

그럴 땐 제주도의 감귤이 고대로 들어간 오메기떡, ‘오메오메’는 어떨까.

오메오메가 뭔가 허니, 전통적인 오메기떡의 제조방식(차조 가루로 만든 떡에 콩가루나 팥고물을 묻히는)을 차용&변용한 것으로, 일반적인 오메기떡의 속 대신 제주 감귤이 통째로 들어간다.

겉모습만 보면 일반 오메기떡과 구별이 안 가는 감귤오메(위)와 하얗게 눈이 내린 것 같은 누드감귤오메(아래) 두 종류가 있다.

감귤만 들어간다고 섭섭해 할 필요는 없다. 감귤 대신 크림이 들어간 것도 있어버리니까.

딸기크림, 모카크림, 녹차크림, 땅콩크림, 복숭아크림, 한라봉크림, 치즈크림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양하게 준비해봤다, 는 말과 함께 전해준다면, 진짜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기억력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센스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특히 나처럼 단짝친구 생일도 기억 못하는 애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일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곽에 들어있는 것은 물론 스티커를 붙여 맛을 구별해놓았으니 혹시 특별히 좋아하거나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맛을 가려 먹을 수도 있다. 물론 좋아하는 맛을 다 먹고나서 처음부터 그런 맛은 없었다며 모른 척 할 수도 있겠지만... (는 나야나)

오메오메는 오메오메대로, 원조 오메기떡은 그거대로 먹다 보면 손을 멈출 수 없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