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감자돌이
처마 밑의 똥
어릴 때 시골에 가면 참 의아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처마 밑에 걸려 있던 소똥.

냄새도 모습도 영락없는 소똥인데, 심지어 집 바로 옆에서 소를 키우시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게 여기에 있을까.
어린이의 지식백과인 와이 만화책을 시리즈로 가지고 있었던 나는 아마 저 똥으로 종이나 약재를 만드시나 보다 억지로 이해하며 넘겼다.

물론 이해되지 않았다.
그 똥이 우리가 먹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왜냐면 도저히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너무 좋아하지만 비주얼은 아무리 봐도 쉽지 않은, 오늘의 제품은 된장과 간장이다.

항아리 숲을 향해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과 함께 취재를 떠난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
오늘의 취재 장소는 도시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훈련소가 나오는 곳이다.

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오늘의 취재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자연 속에 파묻힌 듯 풍경이 참 예쁘다.
안으로 들어가면 대표님이 직접 지은 작업공간이 있다.

지금은 다른 작업실을 사용하신다.
들어가는 입구 바로 옆에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면 지금 사용하는 작업실이 있는데 그 전에 옹기종기 귀엽게 모여있는 장독대들을 볼 수 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웰컴 드링크로 된장차를 주셨다.

생전 처음 먹어본다.
된장과 물만 넣고 끓이는데, 온도가 너무 높으면 된장 내 미생물이 다 죽어 마시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50~60도로만 가열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차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 옆에는 콩을 삶는 용도의 아궁이를 볼 수 있다.

원래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일정을 정했지만 업체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돼 아쉽게도 콩을 삶는 과정은 보지 못했다.

사진과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콩을 삶을 때는 항상 참나무를 사용한다. 참나무는 연소시간이 비교적 길고 화력이 좋아 오랜 시간 고온으로 콩을 삶기에 용이하다.

콩을 충분히 삶고 나면 꺼내서 한 김 뺀 후 바로 빻아서 우리가 흔히 아는 메주 모양을 만든다.
만든 메주를 황토방에 깔아 놓은 볏짚 위에 올려놓고, 난방을 한 상태로 하루를 숙성한다.
그 뒤에 하나하나 볏짚으로 묶어 비닐하우스 안에서 40일 정도를 말린다.


말린 메주를 다시 난방을 한 황토방으로 가져와 메주와 볏짚을 교차해서 쌓아주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 2주 정도 후발효를 진행한다.
메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볏짚은 모두 유기농 볏짚을 사용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끝나면 겉면을 세척해주고 말린 후 소금물에 넣는다. 이제서야 흔히 말하는 장을 담는 과정에 들어선다.
장을 담근 후 최소 40일에서 길게는 100일 정도를 숙성하고 나서 메주를 건진다. 건진 메주를 간장과 적당히 섞어 으깨 다시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게 바로 된장이다.

메주와 같이 넣은 소금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하는데 이를 메주를 뺀 후 따로 걸러주면 간장이 된다.

황토방에서 온도를 올려 숙성시키고 야외에서 바람을 맞으며 건조도 하고 염분이 높은 소금물에 담그기도 하면서 우량의 미생물만이 남아 더 좋은 장이 만들어진다.
대표님은 스스로를 미생물 집사라고 표현한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결국 장을 완성시키는 주체는 미생물이고 사람은 미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사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재미도 있지만 똑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안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면 그 이유를 알기가 어려운 영역이기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통 장 문화의 우수함과 소중함을 알기에 앞으로도 미생물 집사의 삶을 살아 가실 듯 하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
오전부터 진행한 취재가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대표님이 직접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메뉴는 직접 만드신 청국장 콩을 올린 샐러드와 버섯밥, 그리고 서풍골 된장으로 만든 된장국.
샐러드에는 올리브유와 식초를 넣고 시간과 간장으로 간을 했다.

대표님의 방식으로 조합한 소스는 일반적인 드레싱 특유의 시큼한 맛과 냄새가 없었다. 평소 드레싱을 하지 않고 샐러드를 먹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소스의 향이 강하지 않고 채소와 잘 어우러지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맛이 취향 저격이었다.

된장국은 말할 것 없이 맛있게 먹었다. 다만 전통방식으로 만든 된장이기에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제품과는 맛이 다르다. 단 맛이 덜하고 된장 특유의 향이 더 깊어 전통 된장을 접하지 못한 분들은 처음에는 낯설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장류의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지금까지 연구된 기록 중 장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삼국시대 초기다. 그만큼 오래 이어져 온 식문화이며 지금까지도 많은 한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다.
그러나 그 형태는 많이 달라졌다.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당연한 일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오랜 전통이 사라지는 건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 안타까움을 해결하고자 사람들에게 전통 장 문화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표님.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딴지를 찾아오셨다. 주거환경이 많이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집에서 장을 만들긴 어려우니 전통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로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방법은 어떨까.

냉장고도 뭣도 없던 시절,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장 문화를 예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생명농원 서풍골 된장과 간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