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냄새가) 강한 자의 슬픔
공중화장실을 갈 때 옆 칸에 사람 있으면 괜시리 미안해진다. 집에서도 거실에 사람 있으면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일단 눈치보게 된다.
이게 다...
냄새 때문이다.
볼일 볼 때 풍기게 되는 냄새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냄새가 약한 사람은 강한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까짓 거 방향제 뿌리면 되지 않냐"
피워봐도 뿌려봐도
화장실 방향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젤 같은 게 점차 쪼그라 들며 향기를 피워올리는 증발형과...
오일을 직접 여기저기 뿌려놓을 수 있는 분사형...
그러나 (냄새가) 강한 자들은 알고 있다. 그 어떤 향기도 변기 속에서 날뛰는 내 흑염룡의 숨결을 저지할 수 없음을...
고약한 숨결을 내뿜는 검고 길쭉한 존재...
단시간 폭발적으로 뿜어진 냄새는 그 어떤 향기도 제거할 수 없다. 없앨 수 없으니 그저 공존할 뿐이다.
느껴본 적 있는가? 조금 전까지 나의 대장이 품고 있었음에도 부정하고 싶어지는 그것의 냄새와 상쾌한 라벤더 향이 함께 콧구멍으로 밀려들어올 때의 그 오묘한 감정을.
바보야, 문제는 공기가 아니라 변기야!
그러다 이 제품을 만나고 위의 방향제들이 나의 흑염룡의 숨결에 속수무책이던 원인을 알아냈으니,
바로 신개념 변소용 냄새 차단제 '푸푸리'다.
얼핏 보면 그냥 분사하는 방향제랑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 이건 공기중이 아니라 변기물에 뿌리는 방향제인 것이다.
변기물 위에 막을 형성하도록 뿌려준다.
그러면 변기 물에 푸푸리가 도포되어 흑염룡의 숨결이 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걸 막아준다.
이쯤에서 모두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란 옛말을 떠올리셨으리라. 얼핏 듣기만 해도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과감한 발상 아닌가.
냄새는 변기에 담겨있는 저것으로부터 올라오는데 애꿎은 화장실 공기만 변화시키려 애썼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공략 포인트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제품 설명을 따라 변기물에 3회 도포하고 일을 봤다.
뭐 여러 번 검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한 방에 거짓말처럼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사투를 벌이고 나온 곳의 공기가.
그리고 늘 내가 화장실 갈 때마다 방문을 닫아버리던 가족도 달라졌다.
그 환각 같은 변화에 취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딴지마켓 팀 회의에서 이건 꼭 입점시켜야 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강한 건 잘못이 아니다. 너보다 조금 더 독한 것이 내게 있을 뿐.
건강한 사람 똥은 냄새가 덜 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육류와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 올리고당을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
먹는 게 똑같은 가족끼리도 냄새가 다르던데, 왜 내가 먹는 것만 가스가 되는지는 미스테리다.
거기다 건강식도 좋지만 때론 냄새 걱정 없이 맘껏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나고 사랑하고 먹고 메탄 가스 많이 섞어서 배출한 죄... 그러나 이걸로 눈치보고 구박을 받고 싶진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푸푸리는 남은 양을 체크할 수 있도록 센스 있게 디자인된 제품이지만
변좌의 게임?
아마 나는 이걸 다 쓰기 전(1병 59ml, 대략 100회분이라 함)에 이미 하나 더 지르고 있을 것 같다. 가정에서 하나, 회사에서 하나 써야 내가 머문 자리의 공기가 완전무결해질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