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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유럽

  • [해외직구]캉탕 치즈 컬렉션

    마리 안느 캉탕에서 판매하고 있는 치즈 콜렉션. 꽁떼, 흐블로숑, 생마르슬렌 등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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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낍(feat. 락기)



한국에는 고춧가루 커넥션이 있다. 좋은 품질의 고춧가루는 밀거래하듯 은밀하고 조용하게, 알음알음 거래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양 자체도 적을 뿐더러 품질도 월등해 널리 알려지면 너도나도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고춧가루 인맥. 이거 정말 중요하다.



마리 안느 캉탕 커넥션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고춧가루 커넥션 보다는 덜하지만 치즈 커넥션이 존재한다. 프랑스라는 곳 자체가 좋은 먹거리는 대형 할인마트 보다는 부띠끄 위주로 돌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먹거리의 맛과 품질 차이는 온전히 주인장 안목에 의해 결정된다. 


치즈 일부는 마리 안느 캉탕에서 직접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치즈와, 치즈 사촌인 버터를 직접 만드는 곳이다보니 치즈 보는 눈은 날카롭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좋은 치즈를 냅다 가져올 수 있는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 왜 대다수의 치즈를 직접 만들어 팔지 않는지. 그리고 프랑스 현지인의 평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쥐라 산맥에서 태어난 고퀄 치즈, ‘꽁떼’



‘꽁떼’는 알프스산맥 북쪽에 위치한 쥐라 산맥(Massif du Jura)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성 치즈(단단한 치즈)를 칭한다. 해발 고도가 높고, 겨울이 매서운 꽁떼 지역에서 목동이 겨울에도 우유를 먹기 위해 만든 치즈가 기원이라고 한다.현재에는 원산지 표시 보호제도(A.O.P)로 보호되어, ‘꽁떼’라는 이름을 쓰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꽁떼 치즈는 오로지 지역 토종인 몽벨리야흐드(Montbéliarde)와 씨멍딸(Simmental) 품종의 소의 우유로만 만들어야 한다. 또, 여름에는 초원의 풀을, 겨울에는 건초만 먹여 길러야 하고 사육 환경 평가도 매우 엄격한 편이다. 그래야 원료인 생우유의 퀄리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까다롭게 만드는 꽁떼



원유도 까다롭지만, 만드는 것도 까다롭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우유를 24시간 이내 가공해야 한다. 때문에, 꽁떼 치즈는 매일 생산된다고 할 수 있는 거다. 살균처리 않은 생우유를 가열 압착해 치즈를 만들고 발효는 최소 4개월은 시켜야 한다. 


꽁떼 치즈는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12, 24, 30, 40개월 이상 발효한 치즈를 주로 만날 수 있다. 만화에서 나오는 둥그런 모양이며, 큰 치즈(약 40kg) 하나를 만들려면 400L 생우유가 필요하다. 



꽁떼 치즈 저장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효한 꽁떼 치즈는 외관, 질감, 내부, 맛 등 다양한 기준에 맞춰 품질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치즈에는 초록색 띠를 둘르는데, 이 의미는 첫 번째 클래스임을 뜻한다.


마리 안느 캉탕에서는 바로 이 퍼스트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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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띠가 둘러진 꽁떼 치즈를 가져온다. 쉽게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꽁떼 지역 프루티에르(fruitière, 치즈 생산자) 중에서도 오랜 시간 봐온, 신뢰할 수 있는 장인에게서 치즈를 받아온다. 그야말로 치즈 커넥션인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명품 냄새를 풍기는 생 마르슬렌(Saint-Marcellin)



과거 도시 전경



알프스와 프로방스 사이에 있는 생 마르셀랑 지역은 초원이 많은 전형적인 프랑스 시골이다. 이름만 들으면 명품브랜드 같지만,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치즈가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다는 ‘성공시대’ 다큐에서나 볼법한 서사를 자랑한다. 


시작은 이렇다. 무려 격동의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르(Isère) 평원과 계곡의 농가에서 만든 가정식 치즈를 동네 시장에 내다 판 것이 시작인데, 19세기에 들어서며 여러 마을을 도는 꼬끼티에(coquetiers, 계란장수)들이 치즈를 다른 마을에 전하며 알려졌다. 소문이 퍼져 대도시인 리옹(Lyon)에 전해지고, 이게 철도를 통해 파리와 마르세유로 퍼지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의 생 마르슬렌(Saint-Marcellin)



생 마르셀랑은 부드러운 연성 치즈로 약 80g의 작은 크기로 제작된다. IGP(지리적 표시 보호제도, 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마크로 보호되고 있어, 역시나 세세한 조건들을 철저하게 지켜야 '생 마르셀랑'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육종은 주로 Montbéliarde(몽벨리야흐드, 약 66%)이지만, Holstein(홀스타인) 품종도 사육한다고 한다. 1년에 180일 이상을 초원에서 생활하고, 80% 이상의 먹이가 지역에서 나온다고 하니 이쪽도 사육에 보통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생우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열처리를 최소화하고, 압착을 하지 않는다. 동그랗고 말랑한 모양새는 카망베르나 브리 치즈 같기도 하지만, 맛은 확연하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만나보기 어려운 치즈지만, 프랑스에서는 늘상 핫한 치즈 중 하나다. 프랑스 코스요리에는 항상 디저트 전후에 치즈 코스가 있는데, 정찬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도 손님을 초대하면 식사 후 치즈 플레이트를 내어놓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어떤 치즈를 내어놓느냐가 집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마리 안느 캉탕을 비롯한 크레머리(crémerie, 유제품 가게)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치즈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만큼 특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밌는 유래가 있는 흐블로숑 치즈


프랑스의 R 발음은 ‘ㅎ’ 발음에 더 가깝다. 그래서 Reblochon 치즈는 르블로숑 보다는 흐블로숑이 더 맞다. 아무튼 흐블로숑의 뜻은 ‘다시 짜낸다.’인데, 치즈 이름이 다시 짜낸다라고 붙은 유래가 재미있다.


프랑스 사보아 지역



때는 중세 시대인 13~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는 지주 계급이 있었는데, 주로 수도원이나 귀족이었다. 소를 키우는 낙농업자들은 이 지주들의 땅을 빌려 풀 먹이고 키웠으며, 소작료를 내는 형식이 전체 생산량 중 일정량을 바치는 거였다. 


낙농업자들은 꾀를 낸다. 검시관이 왔을 때 젖을 다 짜지 않고 일정량을 남겨 두었다. 소작료를 낮추고 추가 우유를 얻어낸 거다. 두 번째 몰래 짜낸 우유는 처음 짜낸 우유보다 진했으며 치즈로 만들었을 때 다른 치즈보다 지방이 적고 맛이 좋은 치즈가 나왔다고 한다.



치즈 이름도 한 번 더 짠다는 흐블로숑을 그대로 썼다. 시간이 흘러 흐블로숑 치즈는 프랑스에서 잘 나가는 치즈 중 하나가 됐으며, 1958년에는 지역 보호 인증인 AOP를 획득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특징이 하나 있는데, 여름에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 먹은 젖소의 우유로 만든 흐블로숑 치즈는 파란색 도장이 찍히고 겨울철에 건초를 먹고 자란 젖소 우유로 만든 치즈는 붉은색 도장이 찍혀 있다. 그만큼 세분화 했다는 거다.




전격 맛 보기! 꽁떼편 ~깊고 부드러운, 그런데 고소하기까지~



딴지에서 소개하는 마리 안느 캉탕의 꽁떼 치즈는 12개월간 숙성된 치즈다. 충분히 숙성되어 꽁떼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치즈 특유의 쿰쿰한 냄새는 적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겉면은 단단한 크루트(croûte, 껍질)를 볼 수 있고, 속은 뽀얀 상앗빛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 크루트는 잘라내지 않고 먹지만, 속살과는 식감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프랑스에서는 보통 크루트부터 치즈 속까지 한 번에 먹을 수 있게 자르는 것이 원칙. 개인적으로 염소나 양젖 치즈, 그리고 숙성이 오래된 카망베르도 잘 먹지 못하는데, 캉탕의 꽁떼는 치즈 특유의 냄새는 적고 치즈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어 술술 넘어갔다. 첫 시식에서 절반을 혼자 먹어버릴 정도다.



꽁떼는 저염 치즈 중 하나로 다른 치즈에 비해 짠맛이 강한 편은 아니다. 견과류 특히, 호두의 맛이 난다는 것이 정평. 마리 안느 캉탕의 꽁떼에서도 고소한 맛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단단한 치즈인데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킬링 포인트. 우유의 질을 관리한다는 것이 진짜인 듯 고소한 우유 맛이 퍼져나간다. 


저염 치즈이지만, 평소 저염식을 하는 분들에게는 약간 짭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꽁떼는 막대처럼 툭툭 잘라서 후식이나 간식으로 많이 먹지만,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얇게 슬라이스해 샌드위치나 햄버거에 넣어 먹으면 환상의 맛이고, 파스타나 파이에 넣어 조리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추천은 '퐁뒤'다. 보통 화이트 와인에 에멘탈과 그뤼에르를 녹여 먹지만, 그뤼에르 대신 꽁떼를 넣거나, 꽁떼를 추가하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캉탕 할머니의 팁은 쥐라 지역의 와인인 뱅 죤(vin jaune, 이름은 옐로우 와인이지만 실은 화이트 와인이다)과 함께 먹는 것이다.




전격 맛보기! 생 마르셀랑 ~과일 맛이 느껴지는 치즈가 있다?~



개인적으로 '생 마르셀랑'이라는 치즈를 이번 시식기로 처음 만났다.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맛잘알이 아닌 친구조차 대번에 '그거 정말 괜찮은 치즈다'라며 반겨주었다. 치즈를 마주한 첫인상은 '귀엽다'였다. 나무 용기에 촉촉하고 말랑해 보이는 치즈가 담겨 있는데, 가벼운 선물로 주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던 냄새가 강한 치즈를 못먹는지라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웬걸 기대 이상의 맛에 깜짝 놀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냄새 같은 건 없다. 신선하고 프루티한 맛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숙성하는 치즈이기 때문에 발효된 치즈 특유의 냄새가 없다. 크루트조차 부드러워서 칼로 자르지 않고 숟가락이나 포크로 떼어 먹어도 괜찮은 정도. 찹쌀떡 같은 크루트보다 훨씬 부드럽고 크리미한 속살이 매력적이다. 




최소화한 열처리와 압착이 없는 생산과정 덕분인지 생크림을 먹는 것 같았다. 캉탕 할머니의 표현에 의하면 '과일의 향과 약간의 신맛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첫입에서는 과일 향이 탁 퍼져나가는 듯했고, 생크림과 요거트 같은 아주 신선하고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생 마르셀랑을 꽁떼만큼이나 다양한 요리에 사용하고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에 치즈만 생 마르셀랑으로 바꿔 먹어보면 어떨까? 캉탕 할머니의 킥은 따끈하게 구운 깡파뉴에 넓게 두껍게 펴 발라 먹는 것이라고 한다. 질감과 맛을 생각해보면 크림치즈처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너도 먹어볼래?



치즈를 소개하며 한국인의 입맛에는 어떨지 궁금해 주변의 유학생들을 모아 시식해봤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맛있다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우선, 꽁떼는 질적인 면에서 월등해 평소 마트에서 사는 치즈와의 비교평가가 불가능하다는 평가였다. 생 마르셀랑은 모두 처음 접해봤는데, 한 조각을 맛본 후에는 꽁떼를 뒤로하고 집중공략하는 경향을 보였다. 두 가지 치즈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다. 캉탕 할머니의 안목에 그저 놀랄 뿐이다.

 

사실 장인의 숨결이 깃든 치즈는 한국의 마트나 쇼핑몰에서 만나기 어렵다. 대량 수송, 보관, 판매 과정에서는 소량만 생산되는 신선한 제품을 바로바로 내어놓을 수 없을 터다. 파리 한복판의 캉탕 할머니의 치즈 저장고에서 한국의 집으로 다이렉트로 받아볼 수 있는 기회다. 이게 바로 딴지 해외 직구의 매력이 아닐까. 이번 치즈도 의심의 여지 없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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