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필터의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가 각 브랜드의 호환 필터를 만드는 필터클라스의 입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웬만해서는 서드 파티(특정 제품을 개발하거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아닌 호환되는 제품을 만들 뿐인 업체를 지칭함)에 눈을 돌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얼만큼 호환이 잘 되는지가 관건 

여러 브랜드에 호환되는 필터 중 우리 딴지가 입점하기로 한 필터클라스의 제품은 닥터피엘, 바디럽, 대림바스 그리고 딴지마켓에서 판매했던 샤워플러스 제품들에 호환되는 필터들이다. 

호환 필터의 생명은 호환성 그 자체겠다. 브랜드 자체 판매 제품만큼 각 헤드들에 유격 없이 맞아들어가서 필터링을 잘 해주는 것. 

마침 집에 설치된 수전들이 대림바스 것들이라 대림 호환 제품들로 검증을 해봤다. 

신축 아파트라 녹물이 나오겠나 싶었다. 

역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필터 색이 변하지는 않았는데... 

뭐지? 이 가루는...?

공사중 들어간 철가루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신축 건물도 수전용 필터가 필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저런 미세한 가루들이 잘 필터링된 걸 보면서 호환성 또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거기다 국내 생산까지

필터의 호환성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한 또 하나의 장점. 필터클라스는 국내 생산이다. 어차피 기계 돌려 생산하는 거 그냥 싸게 해준다는 중국 공장에 맡기는 게 제품 생산비를 한 푼이라도 줄일 수 있는 정석이지만 필터는 우리 몸에, 입에 닿는 물이기에 보다 위생적인 것이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크다. 

그렇지만 중국 공장에 맡기게 되면 아무래도 국내 공장보다는 관리가 어렵다. 현지 공장에서 위생 관리, 품질 관리를 잘 하는지 한국에서 확인하고 관리, 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지간한 꽌시(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신뢰하고 맡기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생긴 관리 소홀로 규격이 망가지거나 위생 관리가 허술해지면 불량률이 늘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아직 사람들은 중국 생산보다 국내 생산을 높게 쳐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 딴지는 가능한 국내 생산 제품들 위주로 입점하면서 매번 생산 공장을 취재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필터클라스의 필터를 생산하는 세진필터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당연히 찾아갔다.

인천 부평구의 지식산업U1센터에 입주해있다.

롯데케미컬의 PP(폴리프로필렌) 원료를 사용한다. 

이 원료를 열로 녹여 실처럼 만들기 때문에 기계가 돌아가는 실내는 꽤 덥다. 

녹아나온 실을 계속 돌려주며 필터를 만든다. 

기계가 입력된 규격대로 실을 돌려 필터를 만들고 잘라 플라스틱 캡을 붙여 마감하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해주면 정확한 규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  

포장되어 출고 대기 중인 필터들. 

마무리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호환 필터를 보다 저렴하게 국내 생산으로 써볼 수 있게 하겠다는 필터클라스의 사업 방향은 단순하지만 의미가 있어 보인다. 리필 필터 구매 부담이 줄었을 뿐인데 다양한 수전 필터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들을 서로 잡아가두려는 각축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래, 누가 더 좋은 제품 내는지 지켜봐줄게' 하는 마음으로 기껍게 무한 경쟁 체제의 꿀을 빨아줄 준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입점했던 샤워플러스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을 바꾼 곳이다. 해외에 이미 존재했던 샤워용 정수필터를 교체하기 쉽게 샤워 헤드에 내장한 형태로, 교체 주기를 확인하기 쉽게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다 친숙한 제품이 되도록 한 것이다. 비록 점유율은 다른 브랜드가 더 높게 가져가고 있지만 특정 업체의 과점이 다른 브랜드의 사망으로 이어져 경쟁이 끊기는 일은 없어야 작은 기업들이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디 필터클라스의 호환필터를 통해 수전 필터 업계의 건전한 경쟁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