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퍼그맨
"김만 먹지 말고 다른 반찬도 좀 먹어라."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다.
하지만 밥을 감싸주는 바삭한 식감, 짭조름하고 기름지면서도 깔끔한 맛, 영양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모를 든든함까지... 이렇게 맛있는 김에 어찌 손이 안 갈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김덕후인 이 몸, 딴지마켓에 김이 들어올 때마다 우주의 기운을 혀끝에 모아 맛을 봤건만 다들 뭔가 아쉽더라. 맛이 없었다는 게 아니고 그냥 김덕후를 자처하며 열분덜에게 강추하기엔, 뭔가 평범하단 느낌? 그 때였다.
이 김이 나타난 거슨! (두둥!)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곱창구이김'이라니.
요거랑 같이 구웠다는 소린가?
(그러나 포장을 벗겨 꺼낸 내용물에는 곱창찌꺼기 한 톨 붙어있지 않았다.)
그렇게 정체불명의 김 한 장을 찢어 입에 넣어봤는데
오오오옹오오오
밥도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한 봉을 동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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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약이라도 넣은 건가? 이거 검증을 해봐야 될 거 같아 벙커1팀의 국정원 요원(닉네임부터 검증 잘 할 것 같은 느낌이다!)을 대동 진도로 내려갔다. (딴지 입사한 후 진도와 인연이 참 깊어지는 느낌...)
그렇게 대표를 붙들고 취조해온 결과가 아래 영상이다. 보시라.
이 미친 김 맛의 비결은 다행히 마약 같은 게 아니었다.
① 곱창김이라는 품종 자체가 일반 김보다 고급임. 그래서 원초만 잘 골라도 먹고 들어감.
(진짜 곱창김 생으로 주시길래 먹어보니 무슨 구운 김 맛이 나더라. 와, 사기!)
② 그냥 먹어도 바삭하니 원래 맛이 살도록 타지 않게 굽고 기름이랑 소금도 조금만 넣음
(김 한 장에 밥을 많이 싸 먹는 분들은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③ ①하고 ②만 잘 하면
다른 거 필요 없댄다.
그럼 어떻게 저런 것들을 잘 하냐고? 해봐서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 김 양식을 하신 덕분에 보면 안다는 것. 나 같은 사람은 솔직히 파래나 매생이 같은 게 섞여 있어도 잘 구분 못 한다. 그렇지만 길러본 사람은 보면 안다.
곱창김 경매 중인 모습
김은 이 단계에서 다른 바다풀이 섞여있으면 하품으로 등급이 떨어진다.
이런 걸 사지 않도록 꼼꼼히 살펴봐야 한단 말씀.
암튼 그렇게 모범생 답안 듣는 듯한 취조를 마치고 생산 시설 검증에 들어갔다. 그 때 눈에 들어온 미역이 있었으니,
바로 이것.
대표님께 물어보니 동거차도의 미역이랜다. 예전에 취재 뛰고 기사 썼던 조도면의 섬 거였다.
뭐지? 운명의 장난인가? 소름 돋는다.
암튼, 이곳의 미역, 한 때는 사고 지역에서 나는 거라고 안 팔렸지만 알고보니 굉장히 품질 좋은 미역이랜다. 서해 바다와 남해 바다가 만나는 지리적 특성 상 미역이 잘 자란다고.
덕분에 품질 좋은 김에 품질 좋은 미역까지 덤으로 팔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될 퍼그맨놈은 된다.
자, 검증기는 여기까지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종을 장바구니에 골라 담는 일만 남은 거 같다. 무엇을 담든 밥도둑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