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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길을 떠나는 양봉인이 있다. 충북 옥천에 주봉장을 두고 자연 벌꿀 만을 생산하는 두 농부님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김준환, 양승원 농부님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우연히 '벌일'에 매료되어 꿀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좋은 스승님을 만나 50년 양봉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전수받고 현재 130여 개의 벌통으로 다양한 종류의 자연 벌꿀을 생산하고 있다.
양질의 꿀을 생산하기 위해 꽃을 따라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옥천, 부여 그리고 강화, 안성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동한다. 벌도 꽃 꿀을 먹어야 면역력이 좋아지기에 꽃이 피는 시기에는 최대한 좋은 꽃 꿀을 수확하고, 꽃이 부족한 시기에는 최대한 많은 꽃 꿀을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 하루하루 부지런히 움직인다.
좋은 꿀을 찾아 밤낮으로 이동한다.
자연 벌꿀이라 함은
동그란 화분을 들고 이동하는 꿀벌
'벌이 꽃 꿀을 먹고 만든 꿀'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설탕이나 사양 꿀을 전혀 먹이지 않고 꿀을 생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 벌이 생존하기 위해선 설탕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먹는 꿀이 자연 벌꿀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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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동위원소비가 낮을수록 진짜 자연 벌꿀
자연 벌꿀임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탄소 동위원소비 측정법을 사용한다. 꿀 속에 포함된 과당과 포도당 속에 들어 있는 탄소를 검사해 천연 벌꿀의 비중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9% 이하는 설탕, -12% 이하는 사양 꿀, -22.5% 이하는 자연 벌꿀로, 절댓값이 커질수록 천연 벌꿀 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2022년 7월 한국양봉농협 품질검사 결과, 양승원 자연 벌꿀의 탄소 동위원소비는 아카시아 꿀:-25.2%, 밤 꿀:-26.1%의 결괏값이 나왔다. 천연 벌꿀 중에서도 최상급임을 나타내는 수치다. 두 농부님은 채밀이 끝나면 해마다 탄소 동위원소비를 측정해 순도 높은 자연 벌꿀임을 증명하겠다고 약속했다.
탄소 동위원소비 뿐만 아니라 벌꿀 시험성적 결과 당비, 전화당, Hmf 등에서도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핵심은 정리 채밀
5월~8월 초까지 꽃 꿀 따기가 끝나면 벌들이 저장한 꿀은 사람이 가져가고,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벌은 설탕을 먹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꽃이 피지 않는 시기에 벌에게 설탕을 공급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두 농부님은 꿀벌의 건강을 위해서 유채꽃밭과 벚꽃을 찾아 이동한다. 설탕만 먹이는 쉬운 길을 알지만 꽃 꿀을 찾아 멀리 돌아간다.
벌에게 쏟은 정성은 양질의 꿀로 증명된다.
겨울과 봄이 지나고 아카시아 꽃이 피기 직전, 천연 벌꿀 생산의 핵심 '정리 채밀'을 시작한다. 정리 채밀은 벌들이 그동안 집에 저장해 놓은 설탕 꿀을 빼는 작업이다. 양승원 자연 벌꿀의 꿀벌 집엔 꽃 꿀의 비중이 높음에도 확실한 자연 벌꿀 만을 생산하기 위해 정리 채밀한 꿀은 효소를 담는 데 사용하거나 가을에 다시 설탕을 대신할 먹이로 사용한다. 그리고 벌들은 빈 공간에 다시 아카시아 꽃 꿀을 채워 넣는다.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농부님은 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좋은 스승을 만난 것, 꿀 생산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딴지와 인연이 생긴 것까지 모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차에서 내려 봉장을 살피던 중, 장수말벌의 등장에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벌은 연기를 맡으면 순해지기 때문에 훈연기가 없을 때 임시로 사용한다.) 사정없이 말벌을 응징하다가도 꿀벌의 발에 달린 화분을 보고 직접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농부님의 애정을 감히 '운'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말벌 퇴치 중, 믿었던 꿀벌에게 한 방
헛개꿀 목함 에디션
이번에 양승원 자연 벌꿀에서 선보일 제품은 헛개꿀 목함 에디션이다.
2년만에 채취했다는 귀한 헛개꿀을 300g 들이 유리병 2개에 가득 담아 하나의 세트로 구성했다.
자연벌꿀임을 입증하듯 마냥 단 꿀맛이 아닌 헛개나무 특유의 향이 그득 벤 맛이다.
채취가 어려운 만큼 그 양이 한정되어 있으니 누구보다 빨라야 맛보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선물까지 하려면 더더욱 서두르셔야 할지도...
자연이 주는 선물, HONEY
벌의 세계는 참으로 신비했다. 주봉장에 도착해 약 30분가량 벌의 이동을 관찰했는데 짧은 시간임에도 꿀벌에 매료되어 언젠가 양봉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건강한 일벌이 가져온 꽃 꿀과 발에 달린 동그란 화분 그리고 벌집 속에 보이는 로열제리까지. 이 작은 생명체가 만들어낸 영양 덩어리는 어떤 보약에도 견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양승원의 자연 벌꿀, 예쁜 패키지에 담아 선물하기에도 좋고 우리 가족이 먹을 자연 벌꿀로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