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락기
딴지스에겐 딴지일보 논설 우원으로 친숙한 파토, 원종우 대표가 최향숙 동화작가와 협력해 신간을 내놨다. 그런데 그동안 출판했던 ≪태양계 연대기≫,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와는 결이 다르다. 과학과 연계된 내용은 맞는 것 같은데, 책 소제목부터 조금 생소하다.
심상치 않은 타이틀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제목이 직관적이라 엉뚱한 과학이 주제라는 건 단박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책 실물을 보면, 예상한 책이 아니라 조금 당황스럽다. 단단한 하드커버에 익살스러운 일러스트, 큰 폰트와 알록달록한 색. 누가 봐도 어린이 권장도서다. 소제목은 또 어떠한가?
1권 개가 똥을 누는 방향은?
2권 진짜 발 냄새를 찾아라!
3권 방귀로 말한다고?
4권 우리 화성으로 이사갈래?
5권 오줌을 참으면 생기는 일.
적잖이 당황스럽다. 딴지스럽다고도 할 만한 소제목들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내용도 읽어보면 어른이 읽어도 충실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기상천외한 스토리는 대체 어디서 얻은 걸까?
이그노벨상
내용의 중심에 이그노벨상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만든 ‘유머’ 과학 잡지가 매년 선정하는 노벨상 패러디격 상이다. 엉뚱하지만 충실한 과학 연구자에게 수여하기도 하고 정말 쓰잘데기 없거나 과학계 혹은 과학계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사람에게 받아라! 하고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그노벨상 수상 연구자 중에는 패러디 상이라고 얕잡아 볼 수 없는 연구도 많다. 그중 스카치 테이프로 탄소화합물 그래핀을 분리해내 노벨상도 받고, 개구리를 자석으로 공중부양 시켜 이그노벨상까지 받은 안드레 가임이란 과학자도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이그노벨상을 다루지만, 언제나 결론은 과학으로 향한다. 헛소리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사례를 들면서도 헛소리니 끝!으로 결론내지 않고 이게 왜 헛소리인지, 과학적 사실은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 혹여 가질 수 있는 이그노벨상에 대한 인식, 그러니까 ‘이그노벨상도 좋은거다.’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해주는 셈이다.
개가 똥을 누는 방향은?
책을 읽는 사람마다 재미 포인트가 다를 거라 본다. 그만큼 다양한 재미 포인트가 곳곳에 있는데, 본인이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다름 아니라 1권의 ‘개가 똥을 누는 방향은?’이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대체 이런 궁금증은 어떻게 해야 생길까였다.
평생 생각해 보지 못한 궁금증을 가진 것도 놀라운데,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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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이나 연구한 팀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연구 과정도 재미있는 게 2년간 37종이 되는 개 70마리의 똥, 오줌 누는 것을 관찰했다는 거다. 대충 몇 번 쌌는지 뭉뚱그려 관찰한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똥 1,830번! 오줌 5,582번 관찰했다고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쯤 되면 광기의 과학자 혼자 연구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여기서 더 놀라운 건, 광기의 과학자 1인이 진행한 게 아니라 집단연구 했다는 거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와 프라하 체코 생명과학대학교 연구팀에서 공동 연구했다고 한다. 수 명의 과학자가 강아지 똥, 오줌 누는 걸 방향까지 기록한 거다.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하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는 것은 결론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대목도 있다는 거다. 어린이 도서라 더 들어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 어린이들, 가끔 더 깊숙한 질문을 해올 때가 있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검색해야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아, 연구 결과는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책 사서 보시길 권한다.
학부모라면 관심 가질 교과 연계
과학이 필수 교과목이라 강제로 읽히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적 사고는 정말이지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실험과 결과를 내는 사고의 이어짐도 중요하다. 과학에 궁금증이 생기게 하고 자연스럽게 과학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뒤에서 첫 장을 넘겨 보면, 교과 연계도 알려준다. 아이에게 교과와 연결해 한층 더 깊은 설명을 하고 싶은 학부모라면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성인이 읽어도 좋은 책
표지와 인상만 보고 어린이책이구먼! 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몰랐던 내용이 수두룩했다. 아니, 거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많았다. 읽다보니 앉은 자리에서 3권을 읽을 정도로 알기 쉬웠고 흥미로웠다. 일이 없었다면 전권을 읽었을 정도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된 사실도 꼼꼼히 들어갔다. 만약 정보 업데이트가 아직인 사람이 본다면, 본인의 과학 지식도 업데이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엉뚱한 상상력을 실험과 결론으로 이끄는 내용. 너무 황당무계해서 이그노벨상이나 받아라! 하는 것도 과학과 매끄럽게 연결.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익살스러운 일러스트로 자칫 있을 수 있는 지루함도 지워버리는 구성. 무엇보다 성인이 읽어도 유익한 책.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 추천 뙇 박는다.
시리즈의 완결편이 추가되었다.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의 최신 호이자 완결편이 나왔다.
이번 6~10권은 기존 1~5권과는 조금 다른데, 생활에 밀접한 과학을 소개한다.
기존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그 노벨상이 소재로 아이들에게 ‘과학이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면, 이번 최신 호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6권 편의점 편에선 캔 우유나 팩 콜라는 왜 없지? 라는 질문도 있고 8권 우주에서 그네를 탄다면? 이라는 질문도 있다.
어른도 생각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질문이다.
과학의 기본은 호기심이라는 것을 신박한 질문을 통해 전달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시리즈로서의 완결성도 갖추고 있어 유아, 초등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인 나도 재미있었다.
그러니 시리즈의 완결, 6~10권도 구매하시고 읽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