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이 음료의 정체를 묻다 

마침 본사가 강남구에 있다고 해서 빠른 취재를 감행했다. 

공장을 가보고 싶었지만 생산 중이 아니라기에 사무실로 처들어가 음료의 성분을 캐물을 생각이다.

도착해서 인사를 하자마자 원료를 담은 통을 보여준다. 

진홍삼정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팔기도 하는 홍삼진액이다. 

뭐 홍삼 베이스 음료인 건 포장에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있는 만큼 모르지 않았던 사실. 그러나 홍삼액을 에너지 드링크처럼 마시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보다는 다른 성분이 에너지 드링크 느낌을 내지 않을까?   

나는 과라나 추출물에 대해 물어봤다. 이걸 넣었는데 왜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그랬더니 과라나 추출물을 넣었지만, 카페인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 이하로 뺐단다.

아니 왜? 이건 뭔가... 오렌지를 까놓고 껍질만 말려 쓰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 

굳이 과라나 추출물을 넣은 이유는 수출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에너지 드링크 하면 과라나 특유의 맛을 떠올린다고. 하긴, 확실히 엘ヨ로는 홍삼음료인 듯, 홍삼음료 아닌, 홍삼음료 같은 맛이 난다. 사과농축액과 파인애플향, 타우린이 들어있다길래, 이들이 그런 맛을 연출하는 줄 알았는데, 과라나도 한 몫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카페인을 최대한 빼고도 에너지 드링크와 흡사한 후기가 나오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건데... 

비결은 단순하다. 좋다는 성분을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때려넣은 것이다. 

이 한 병에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12mg이다. (재구매 유도를 위해 표시 함량보다 조금씩 더 넣고 있다는 사실도 살짝 귀띔해줬다.)

이게 어느 정도의 양인지 감이 안 잡히신다면 당장 정씨 관장님의 에브◻︎타임을 검색해서 함량을 비교해 보시라. 이것저것 넣어서 음료로 만든 제품에다가 어지간한 한포 홍삼 제품보다 많은 양의 진세노사이드를 때려넣은 것이다. 

과연 취재 내내 성분 많이 넣었다고 자랑할 만 했다. 

엘ヨ로 파낙스와 엘ヨ로 스터디의 차이

업체에서는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을 강조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은 생산 원가를 잡아먹는 부분일 테니) 그것만이 이 음료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했다. 

이미 엘ヨ로 코리아에서도 진홍삼정이라는 이름의 원액을 팔고 있다고 하니, 진세노사이드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음료를 만들 필요도 없었겠다. 하지만 홍삼 100%의 제품을 드셔보신 분들은 알고 계신다. 뭐가 먹기 좋은 액인지, 나쁜 액인지. 

특히나 아이들은 홍삼, 꾸준히 먹이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과당 넣어서 달게만 만든다면 그걸 좋은 음료라 부르기 애매해진다. 밤샘 공부 등을 할 때, 맛있는 에너지 드링크가 많은 현실에서 굳이 설탕탄 홍삼액을 찾지도 않을 것이다. 

엘ヨ로는 과당, 백설탕, 소금, 수클랄로스 등의 감미료를 넣었다. 카페인을 빼낼 거면서 굳이 과라나를 넣은 이유와 마찬가지다. 에너지 드링크의 맛을 내기 위함. 

대신 타우린, 비타민B, 아르지닌, 글루타민 등도 넣었다. 

특히 아르지닌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용으로 만든 엘ヨ로 스터디보다 엘ヨ로 파낙스에 더 넣어주는 배려를 했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먹는 입장에서는 아내를 위해 엘ヨ로 스터디보다 파낙스를 선택하게 되더라.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음료를 꿈꾸며 

엘ヨ로 코리아의 대표는 생산원가가 오르더라도 성분을 아낌없이 때려넣은 이유에 대해 ◇드불 얘기를 했다. 하루에 3천만 병이 팔리는 ◇드불까지는 가지 않고 박▷스의 판매량 정도만 봐도 하루에 700만 병이 팔린다.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음료가 되어 이 정도의 판매량을 찍으면 높은 원가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는 비전이다. 

음료는 그 특성상 공장만 제대로 가동하면 생산량을 늘리는 건 어렵지 않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레드☆과 몬스O, 핫※스 같은 제품들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그 사이에서 홍삼을 주성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소비자들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해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만큼 많은 주성분 함량으로 밀어붙이는 음료는 분명 느슨해진 업계에 긴장감을 주긴 할 것이다. 이것이 성분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겠고 말이다. 

대표의 포부처럼 엘ヨ로가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음료가 되는 일은 먼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딴지마켓을 이용하는 분들이 한 포짜리 홍삼액만큼의 진세노사이드를 때려부은 음료를 즐기는 일은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다. 부디 엘ヨ로의 이런 점이 널리 알려져서 원가를 절감하다 못해 품질까지 포기하는 요즘 기업들의 제품 개발 추세에 경종이 울려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