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나이
꽂히다(동사)
: ㅡ빠지다.
한때 팥에 꽂힌 적이 있다.
슈퍼에서 파는 팥 아이스크림부터, 팥 시루떡, 팥죽, 팥 빵, 팥 칼국수, 팥빙수 등 팥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그게 맛있다고 하면, 찾아다니며 먹었었다. 그렇게 팥 맛집 투어에까지 이르러 곳곳에 팥 맛집을 찾아다니다 문득 ‘내가 팥 앙금을 직접 만들어 볼까?’란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내가 직접 쑤고 있는 사진이 아닌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이다
팥을 샀다. 팥을 들고 와 씻고, 좋지 않은 팥을 골라내고, 하루 동안 물에 불려 다시 한번 씻은 후 팔팔 끓였다. 끓인 후 첫 물은 버리고, 다시 끓이고 다시 한번 버리고 계속 끓였다. 중간중간 팥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 동안 팥 옆에 붙어 앉아 타지 않게 저어주기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결과가 뭐냐고?
시간과 돈을 한꺼번에 낭비하는 일이 결과였다. 분명 레시피대로 열심히 따라 했는데도 맛이 없었다. 팥으로 메주를 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뒤론 팥을 직접 쑤진 않는다.

이제 팥 직접 안쑬래
팥 얘기를 계속해서 눈치채셨겠지만, 오늘 소개할 상품은 팥이다.
자, 여기 직접 쑨 맛있는 팥이 있다(내가 쑨 팥이 아니다). 예전 나처럼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도 편하게 집에서 팥빙수, 팥죽 등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맛있다.
저당수제팥을 만드는 곳 소적두
소적두. 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혹은 어디서 본 듯한 이름일 것이다.
팥의 옛말이기도 한 소적두를 상호를 내건 간판을 압구정, 삼청동 등에서 보셨을 거로 생각한다.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혹은 들어봤던 그 소적두가 딴지마켓에 입점됐다. 다른 소적두가 아니라 바로 그 소적두로 말이다.


소적두 사업을 시작하기 전 대표님은 유명한 외식 업계에서 일하다 독립해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잘되기도 망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 결국 다 내려놓고 시골에 내려갔었다.
시골 농업회사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는데, 사업가적 마인드가 꿈틀, 다시 한 번 사업을 하기로 하셨다고 한다.
2013년, 대표님은 25년 외식업계에 있던 경험 전부 쏟아 압구정에 소적두를 차렸다. 대표님은 메뉴개발과 점포 운영을 중점적으로 맡고, 사모님은 매장에서 가마솥으로 팥을 직접 쑤었다고 한다.

처음 예상과 달리 매장에서 생산되는 양은 적었다. 더 질 좋은 팥을 쑤는 공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장을 세웠다고 한다.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말이 공장이지 사모님이 팥을 직접 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소적두의 원천 기술을 가지고 계신 건 사모님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만든 팥은 소적두 매장 뿐 만 아니라, 단팥빵을 만드는 빵집 등에 납품된다.
좋은 재료, 정성 그리고 맛 뿜뿜
소적두 제품은 100% 강원도 안흥에서 재배되는 팥과 유기농 설탕 그리고 제일 중요한 사모님의 정성으로 만들어진다.

올~가닉 슈가

강원도의 팥
친절한 나이나이는 다른 팥을 먹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소적두의 팥만을 접했을 때, 원래 빙수팥이 이런맛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서울에서 팥 좀 쑨다는 곳의 팥과 비교해 알려주기로 했다(타제품이라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겠다).
게다가 요즘 수제 팥빙수가 워낙 많기도 하고, 내가 팥을 좋아하기도 하고 겸사겸사 진행된 건 비밀이다.
소적두 팥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 명확한 맛의 특징이 있다.
1. 덜 달다
빙수용 팥은 대체적으로 (우유)얼음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설탕과 물을 넣고 졸여낸다. 그렇게 하면 눈에 보이는 윤기를 잘 뿜어내는데, 사실 윤기가 많이 날수록 설탕이 많이 들어간 거라고 한다.

설탕을 많이 넣는것은 유통기한과도 연관이 있다
건강을 위해 설탕 적게 넣어 소량 생산(일주일정도 쓸수 있는 양)하고 있어, 유통기한이 짧다.
팥자체의 단맛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2. 몽글몽글 살아있는 팥알

유명 맛집과 소적두의 빙수팥은 역시나 팥알이 살아있었다. 그 중 소적두 팥알이 내부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았는데, 평가를 종합해 보면,
적절하게 익어 너무 단단한 식감도 아닌 살짝 느껴지는 씹힘이 있어 고소함도 살짝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설명이 길었다. 맛있는 건 다 이유가 있으니 우선 한 번 드셔보시라.
무더운 여름엔 빙수용 팥과 쌀쌀한 날엔 팥죽 그리고 간식으로는 수수부꾸미, 찹쌀팥떡, 팥빵을 집에서 만들어도 전문가의 맛을 느낄수 있게 해줄 테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