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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불로초, 전복
기원전 219년.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이 되길 원했다. 불로초에 혈안이 되어 있던 그에게 ‘서복’이라는 신하가 찾아와, 동쪽 땅 한반도로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겠다고 했다. 진시황의 허락을 구한 그는 한반도와 일본 일대를 둘러보고 돌아온다. 그리고 진시황에게 이렇게 여행 썰을 풀었다.
“바다에서 신선을 만났는데, 불로초를 보여줬습니다. 대신 불노초를 가져가려면 양가집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그리고 백공(百工)의 제품을 바치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진시황은 기뻐 날뛰며 서복에게 남녀 3천 명과 곡식의 종자, 여러 장인들이 만든 것을 가져가게 했다. 그 후로 진시황은 두 번 다시 서복을 볼 수 없었다.
<사기>중 일부분이다. 사마천은 이를 희대의 먹튀 사건으로 역사에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서복이 진시황을 속이고 가져간 배가 60척이요, 일행이 5천 명이며, 3천 명의 온갖 장인을 데려갔다고 하니 먹튀여도 어마어마한 먹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서복이 처음부터 먹튀를 계획했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서복이 신선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불로초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문제. 이건 서복이 아니고서야 진시황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니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포인트는 두 번째 질문이다. 신선이 서복에게 보여준 그 ‘한반도의 불로초’는 무엇이었을까. 이를 두고 미역이니, 다시마니 썰이 많지만 역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전복’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복이 물질을 해서 전복을 구해 갔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전복을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진 이유는 전복이 불로초라 불릴 만큼 몸에 좋은 음식으로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제일 좋은걸 구했으면 전복 정도 가져 갔겠지."
라는 추론, 가능하다. 왜냐면 전복이 몸에 좋다는 거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심지어 전복이라고는 국가 전복, 체제 전복 밖에 몰랐던 본 기자도 그건 알고 있었다.
여하튼, 체제 전복을 꿈꾸는 본 기자, 아니, 서복이 찾아 헤맸던 전복이 궁금했던 본 기자, 서복에 빙의하여 국내 전복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라남도 완도로 출발했다(서복처럼 먹튀를 하려던 건 아닙니다). 대학로 벙커1에서 완도군 신지면까지 451.8km. 서복이 한 달도 넘게 걸었을 어마무시한 거리를 단숨에 주파한 본지는 본격적인 전복 검증에 돌입하였다.
자연산인듯 자연산 아닌 자연산 같은 전복
전복을 양식으로 기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커다란 수조와 전복들이 느릿느릿 뉘엿뉘엿 기어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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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는 별안간 배 한척을 내오시더니 바다로 향하셨다.
배에 얌전히 앉아 물살을 가르길 몇분, 어느새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오오, 바다 한 가운데. 여기가 전복을 기르고 있는 곳이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지수산에서는 이렇게 바다 위에서 ‘가두리 양식’으로 전복을 기르고 있다고. 저 안에 전복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퓔이 안 온다. 일단 더 가까이 가보자.
이렇게 배를 고정시킨 후,
왕 포크레인 소환
읏쌰~ 양식장의 그물을 들어올린다. 물 속에 뭔가 아른아른 거린다. 저거시 전복인가
저..전복이다!
전복님의 자태..
자, 정리해보자면, 본 기자는 바다 한 가운데 전복 가두리 양식장 위에 있다. 배에 딸린 커다란 크레인이 읐쌰~ 하더니 전복 가두리를 들어올렸다.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전복들이 있다. ㄷㄷㄷ
이 전복들은 가두리 그물 안에 있다뿐이지 자연에서 크는 것과 동일한 조건, 바다 속에서 자라고 있는 셈이다. 양식이라 영양소가 떨어지거나 맛이 덜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 오히려 자연산이 깊은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너무 질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치패를 2~3년 가량 키우면 상품으로 나갈 정도의 크기가 된다. 전복 나이와 크기는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3년산, 4년산 굳이 나이를 따져서 구입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여기서 막간을 이용해 퀴즈. 전복은 뭘 먹고 살까?.
정답은 미역과 다시마. 전복은 주로 미역과 다시마를 먹는다. 우리나라의 전복 대부분이 완도에서 생산되는 이유도 완도에서 미역, 다시마를 기르고 있어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신지수산 사장님도 직접 기른 다시마을 전복에게 먹이신다고(위 사진처럼). 이렇게 비싼걸 먹으니 몸 값이 비쌀 수밖에 ㅠㅠ
기왕 전복에 대해 알아보는 김에 하나 더 알아보자. 흔히 전복을 '10미 전복', '13미 전복'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데 이건 무슨 뜻일까? 전복에 사용하는 이 독특한 '미' 단위는 전복 무게를 말하는 것이다. 1kg을 만드는 데 몇 마리의 전복이 필요하냐를 생각하면 쉅겠다. 예컨대 10미 전복이라면 10마리의 전복이 있어야 1kg이 된다는 거고, 개당 100g이라는 거. 20미 전복이라면 개당 50g이 나와야 하는거지.
그러니까 얘는 50 x 20 = 1,000이니까 20미 전복 되시겠다.
그럼 이쯤에서 사장님 인터뷰 함 보고 가보자.
글타. 사장님이 강조하셨다시피 바다에서 나온 후 최단시간 내에 전복을 가정으로 보내주신다는 것이 포인뜨다. 그러니까, 주문이 들어오면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에서 뉘엇뉘엇 놀고있는 전복을 담아다가 아이스팩에 넣고 바로 택배로 쏴주신다는 말씀. 놀랍다.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바다에서 갓 잡은 전복을 바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저녁이 있는 삶? 아니, 전복이 있는 삶
그럼 딴지마켓에서는 요 전복이 어떻게 판매되는지 살펴보자. 이번 전복 구성은 고객 맞춤형 상품 구성이라고 자평하고 시작할 수 있겠다. 구성은 2인 한끼, 3인 한끼, 4인 한끼로 나눠지는데, 두 명이 한번에 먹을 분량, 세명, 네명 가족이 먹을 분량을 구성한 친가족적인 상품이다.
시중에선 같은 크기의 전복을 천편일률적으로 팔고 있는데, 전복의 크기에 따라 요리법도 다양할 수 있다는 사장님의 철학에 따라 재미지게 구성을 해본 것이다. 제품상세정보 탭에서 확인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