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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슈톨렌 파운드케이크

크리스마스 때마다 케이크를 먹는다. 지인이나 가족 중 누구의 생일도 아닌데, 이천 년 전 태어났다는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생일이라던데, 그렇다고 초를 이천 개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먹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케잌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지만, 이것저것 먹게되는 연말의 특수한 상황 탓인지 크리스마스 때 먹는 케이크는 늘 남았다. 생각해보면 홀케잌 한 판을 아내와 둘이 먹기에는 느끼하기도 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사다보니 상대적으로 맛 없는 케이크를 선택했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마침 딴지마켓에서 다쿠아즈를 판매중인 다인스그랜파에서 크리스마스용 케이크를 만들어 보내줬다. 그런데...

어? 파운드케이크다. 크기도 아담 그 자체. 이름은 슈톨렌. 크리스마스 때 먹는 독일식 진저브레드의 일종이라 한다.                                                                                                           

다인스그랜파 매장

아직도 다인스그랜파의 간식(다쿠아즈와 파베초콜릿)을 먹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다인스그랜파는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으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찍부터 아버지의 퇴직 이후 카페를 꾸리기로 계획하고서 딸(이정업 대표)은 베이킹을 준비를 했다. 국내외 유수한 쇼콜라티에를 찾아 초콜릿을 배우고 2016년엔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에콜 르노트르 서울 분교에서 전문가 과정을 졸업했다.

매장은 이렇게 생겼다.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 누구나 제조과정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창을 달았다. 청결도에 있어서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겠다. 매장에서 베이킹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하얀 겉, 풍성한 속

가격은 가로 130 x 세로 55 x 높이 50mm의 작은 크기다. 이 정도라면 판 케이크를 샀을 때처럼 다 먹지 못하고 남겨서 아까울 일은 없겠으나, 2개에 26,200원. 처음에는 과한 가격이라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과 들어가는 재료를 알고나면 납득이 가는 가격이다. 

일단 마지팬이라는 아몬드 함량이 높은 반죽이 사용된다. 

그리고 국산 유자, 스페인산 오렌지, 터키산 무화과와 건살구, 미국산 건포도, 건자두 등을 키르쉬, 다크럼, 레드와인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6~12개월 간 숙성한 용액에 넣고 절인 뒤 빵반죽에 섞는다. 

그래서인지 스폰지 케잌에 비해 상당히 밀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하지만 퍽퍽하지는 않은 묘한 식감의 파운드 케이크였다. 거기다 잔뜩 입혀놓은 슈가파우더가 마치 함박눈이 내려 쌓인 듯한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안에는 이렇게 절인 부재료들이 가득 들어 진하고 다채로운 색을 보여준다. 그래서 먹을 때는 슈가파우더의 부드럽고 강한 단맛에 이어 빵반죽의 꾸덕함이 그리고 계피와 정향 등에서 느껴지는 풍미와 절인 과일의 쫀득함에 아몬드의 맛이 미세하게 더해지는 미각의 축제를 경험하실 수 있다. 

다양한 시즌 상품으로 찾아오는 다인스그랜파

다쿠아즈를 입점하고 어느 정도 판매가 될 때만 해도 다인스그랜파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유럽풍 디저트를 선보일 줄 몰랐다.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한 순간마다 우리에게 생소한, 그러나 누군가는 유럽 여행 갔다 먹어보고 맛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만한 그런 간식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입점 여부를 묻는 것이 업체 대표의 덕력, 그 심오한 깊이를 짐작케 한다. 

이번 슈톨렌 파운드케이크는 크리스마스 한정 시즌 상품으로 벨기에 초콜릿 코팅을 더해 업그레이드 전 슈톨렌에 비해 더 깊은 맛을 느끼실 수 있다. 특별한 시즌 상품인 만큼 판매 기회를 놓치지 말자. 늘 똑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 케잌만 먹던 크리스마스를 보내왔더라도, 올해는 달라져보는 것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