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돌고래, 인지니어스
1. 패키지 같은 자유여행을 떠난다
창사 이래 명랑사회 구현을 위해 달려온 딴지는 자유여행마저 패키지화되어가는 불안 범람의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주말과 공휴일, 평일을 빼고 남는 일정을 모조리 고민에 투하한 끝에 무릎 탁 치며 내린 결론, 100% 뽕을 뽑을 수 있게 세계를 디벼보자, 되겠다. 꼭 사야만 하는 것들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에 거주 중인 딴지 요원을 급파했다는 말씀.
그리고 파리에서 급파된 요원이 신호를 보낸 곳
‘꼭 사야하지만 우리는 절대 모를 것들'을 찾기 위해 급파된 이들 중, 파리지앵 요원이 가장 먼저 보고서를 보냈다. 프랑스를 벗어나 스페인까지 가려는 찰나 국경인 피레네산맥에서, 절대반지를 찾았다고 한다(각자 입으로 두둥, 이라는 음향효과를 부탁한다).
2. 인사해, 브니즈야
골룸처럼 달려간 피레네 산맥에서 딴지 요원은 한 가족을 만났다. 당나귀를 키우며 사는 프레데릭 씨의 농장, 처음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이 농장 당나귀들은 이름이 있더라니까요.”
응. 이거 실화다.
인사해, 브니즈야.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하나의 사족보행 가축에 지나지 않았던 브니즈는, 프레데릭 가족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 그렇다. 이 가족, 당나귀를 꽃처럼 기른다. 대여섯 마리의 당나귀가 이곳에 태어났다.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넓은 초원에서 풀 뜯으며 자란다. 죽어서도 당나귀 고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초원 어딘가에 묻힌다. 프레데릭 가족에게 농장의 당나귀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려(개는 견, 고양이는 묘, 당나귀는 려니까.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인 것, 인간 가족과 당나귀 가족이 농장에서 함께 사는 셈이다.
3. 사랑받고 자란 가족의 우유로 만들다
사랑받고 자란 당나귀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우유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농장에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당나귀는 일곱 마리다. 이들이 생산하는 우유 중 2~30%만 프레데릭 가족이 사용한다. 나머지는? 새끼들의 몫이다.
딴지 요원이 찾은 절대반지는 당나귀유를 주원료로 한 제품이다. 당나귀유는 고대로부터 보습력 있는 미용 재료로 쓰였는데, 피에르툰 농장의 비누 100g을 만들 때 10%의 당나귀유를 넣는다. 일정 함량을 넘으면 우유가 고체로 굳어지지 않는다. 고형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성분을 많이 넣으면 굳이 유기농으로 생산한 당나귀유 비누를 쓸 이유가 사라진다. 피에르툰 농장은 당나귀유 함량을 최대로 높이면서도 화학성분을 최소화한 지점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양이 한정적이다. 일 년에 생산할 수 있는 비누의 수는 2만 개, 한 달에 약 1500개다. 당나귀의 숫자와 당나귀가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적으니 비누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 때문에 생산해내는 모든 비누가 강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물건 팔겠다는 사람이? 으응?!, 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겠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이다.
제대로 만들었으니 약한 피부, 아기 피부, 그리고 반려동물을 씻길 때도 쓸 수 있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사람이 쓰는 일반 세정제를 동물에게 쓰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알 터이니.
4. 써보고 판다
‘우리가 먼저 써보고 판다’는 딴지마켓의 신념에 따라 파리지앵 딴지 요원의 검증을 거치고 상세 보고서를 받았지만, ‘내가 써보고 글 쓴다’는 본 기자의 신념도 중요하다. 검증 기사를 작성하기 전에 또 한 번 사용해보았다. 본 기자, 사람 잘 안 믿는다. 파리지앵 요원, 미안타. 이렇게 생겨 먹은 거 어쩌겠냐.
딴지마켓에서 화장품 검증을 하며 밝혔던 대로, 본 기자의 피부는 사상만큼이나 공평한 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건성과 지성의 콜라보레이션, 이 복합성 피부는 가히 신의 (빌어먹을) 선물이라 하겠다.
기존에 사용하던 모든 페이스/바디제품을 끊고 오로지 당나귀유 비누 하나로 일주일 넘게 써본 결과, 클레오파트라를 이해하게 됐다. 클레오파트라의 피부관리 썰은 여러 개 알려져 있는데, 당나귀유로 목욕을 하려고 이동할 때 당나귀를 천 마리씩이나 끌고 다녔다는 썰도 꽤 유명하다. 그리고 왜 그런지 잘 알겠다. 비누고 클렌징폼이고 간에 세수하고 안 당긴 적이 없는데, 당나귀유 비누를 쓰고는 한참 지나도 괜찮다. 심지어 건조함이 심해 아이크림까지 발랐던 입 주변도 말끔하다. 그렇다고 클레오파트라처럼 예뻐졌다는 뜻은 아니다.
온몸 피부 건조함이 매우 심해 항상 바디로션을 바르고, 약도 심심찮게 바르는 남자친구에게도 당나귀유 비누를 쓰게 했다(딴지마켓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바디로션을 안 발라도 될 정도는 아니나, 확실히 다른 제품에 비해 건조함이 훨씬 덜하다는 평이 왔다. 지금도 계속해서 쓰고 있다.
참, 남자친구는 실존 인물이다. 믿어줬으면 좋겠다.
5. 느린 게 정상이다
여행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다시 여행으로 돌아가 보겠다. 한국에선 좀처럼 겪기 힘들지만, 여행만 가면 하게 되는 기이한 경험, 바로 기다리는 일이다. 대기자가 한 명만 있어도 직원이 달려와 다른 계산대를 열어주는 한국과 달리, 계산대 8대 중 3대만 열려있는 경우가 여행에서는 흔하다.
하루 배송이 당연하더니 이제는 당일 배송도 생겨버린 인터넷 쇼핑은 빠른 일 처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맞춰간다. 갈수록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대신, 나 빼고 모두 덜 살만해지고 덜 행복해진다. 그러니 사람이 살만하려면 원래는 길게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게 정상이다.
프레데릭 씨는 당나귀유 제품이 많이 팔려도, 이 사육 방식을 바꿀 마음이 없다. 더 많이 팔기 위해 당나귀를 더 사서, ‘효율적으로' 사육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프레데릭 가족이 원하는 삶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딴지도 그 방식을 존중한다. 명랑사회 구현의 혜택은 당나귀 브리즈도 받아야 될 것 아닌가.
그러니 강제 리미티드 제품인 피에르툰 농장의 비누를 쓰고 싶다면 지금 구매를 권한다. 다 팔리면 다음 생산일까지 울어도 기회는 없다.
촉촉함을 가득 품은 비누에서, 사랑받고 자란 반려 당나귀의 기운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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