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진, 실패를 딛고 초원을 평정하다
《딴지일보》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한 연재물
《테무진 to the 칸》은 2011년 《딴지일보》에 연재될 당시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연재되는 내내 ‘만화보다 재미있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읽었다’ ‘글이 빨리 올라오지 않아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는 등
열광적인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딴지일보》 서버에 문제가 생겨 한동안 이 연재물을 볼 수 없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독자들은 불안한 서버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로 옮기거나 내용을 복사해 PDF 파일로 만들어 보관하기까지 했다.
연재 당시 이 글은 종종 소설로 오해받았다. 소설도 팩션도 아닌 인문․역사 연재물에 독자들이 이토록 반응한 까닭은,
‘악마적인 필력’에 걸맞게 인간 테무진이 초원을 통일하며 칭기스칸이 되는 과정을 실로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독자들의 열띤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글을 다듬고 보완해 책으로 엮어냈다.
공정함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다
보잘것없는 초원의 사내였던 테무진과 달리 자무카는 유서 깊은 집안의 사내였다.
자무카는 좋은 집안 출신답게 20대 초반에 2000명이 넘는 전사를 거느렸다. 타고난 야심가로 잔인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전투 천재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테무진은 자무카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운동 능력이 부족하고 용감하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친구인 개조차 무서워할 정도였으니 겉으로 드러나는 장점이 거의 없는 소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테무진의 모친 헐룬은 “가슴에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 말대로 테무진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대할 때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으로 대했다. 그는 공정했고 약속을 꼭 지키는 신념을 고수했다.
테무진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었던 ‘13익 전투’에서 테무진은 자무카에게 궤멸당하지만 전투 후에는 테무진 쪽으로 넘어오는 부족들이 있었다.
한편 테무진 대 반테무진의 전면전이었던 카라칼지드 사막 전투에서 패배한 테무진 진영으로 오는 전사도 많았다.
계속된 전투로 모든 것을 잃고 19명의 부하만 데리고 초원에 섰을 때,
며칠 만에 수만 명의 병사가 테무진을 위해 결집한 것은 평생토록 지켜낸 그의 신념 덕분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테무진은 자무카가 합류한 나이만족과의 초원 통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마침내 테무진은 의형제이자 평생의 적이었던 자무카와의 경쟁에서 이기며 초원을 통일했다.
공정함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은 인간 테무진은 이로써 유일무이한 초원의 군주로 등극했다.
테무진이 꿈꾼 사회, 칭기스칸이 만든 사회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바꿔줄 영웅을 원한다. 뛰어나고 배경이 든든한 영웅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전혀 달랐던 인간 테무진은 공정함만으로 세상을 바꿨다.
‘원래 그런’ 세상은 없다.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테무진이 지도자 노릇을 하면서 깨달은 ‘제대로 된 세상’은 소박하고 단순하다.
좋은 사회란 종묘와 사직이 바로 서고 군주가 백성을 자식처럼 어여삐 여기는 사회도 아니고,
신의 종으로 선택받은 군주가 교황을 보위해 정의를 지키는 사회도 아니며,
모든 카스트가 톱니바퀴처럼 각자 자신의 신분과 역할에 몰두하는 시스템을 굴리는 사회도 아니다.
좋은 사회란 그저 되도록 많은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다. 테무진은 좋은 사회를 만들기로 했다.
초원 사람들이 보기에 테무진의 생각은 매우 좋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좋은 사회를 만들었다. 이것이 전부다. 진보란 이토록 간단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보란 사람들끼리 정한 규칙이 보다 합리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별난 물질적 기회가 필요 없다.
다수가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로 합의하면 세상은 생각한 그대로 좋아지게 되어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테무진의 삶은 성공보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공정함과 끈기로 끝내 몽골 초원을 통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몽골 사회와 몽골군의 시스템을 정비했다. 노예제를 폐지하고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다.
약탈혼과 매매혼, 가축을 훔치는 행위 등을 금했을 뿐 아니라 초원의 모든 야생동물을 백성의 공동 소유로 삼아
사냥철이 아니면 함부로 잡을 수 없게 했다. 또한 서자나 사생아가 생기지 않게 했으며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매일 아침 몽골 조정에 3만 명의 식사를 준비했다.
테무진이 만든 사회에서 몽골인들은 서로 속일 필요가 없었으며 있는 모습 그대로 충성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테무진은 귀족의 특권이나 기득권을 타파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등용했다. 이 때문에 테무진은 평생토록 부하에게 배신당하지 않았다.《테무진 to the 칸》은 테무진이 칭기스칸이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으며 이제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시작점에 섰다. 실패를 딛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 시점에 공정한 사회를 만든 인간 테무진의 삶을 기록한 이 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 몽골 초원을 평정하며 테무진이 꿈꾸었던 사회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우리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차례
특별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초원 주요 인물 및 부족(세력)
01 짓밟힌 소녀
02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03 아버지를 위한 나라는 없다
04 살인의 추억
05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06 달콤한 인생
07 아내가 결혼했다
08 복수는 나의 것
09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
10 테무진 라이징
11 13익 전투
12 레저렉팅 테무진
13 내 이름은 칸
14 에너미 앳 더 게이트
15 패자의 역습
16 킬링필드
17 배신의 계절
18 컨스피러시
19 사막의 폭풍
20 왕의 귀환
21 안티 테무진
22 전쟁의 신
23 초원 통일
24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2)
25 예케 몽골 울루스
작가의 말
참고 문헌
▌저자
홍대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해외로 떠나 만화 시나리오를 썼다.
귀국 후 《딴지일보》에 입사, 편집부국장을 지내며 라디오와 종이 매체에서 축구평론가로 활동했다. 연극과 뮤지컬 시나리오도 썼다.
《딴지일보》에 <축구 문화사>를 연재했다. 현재 연재 중인 <초한쟁패>는 많은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서로 소설 《태양의 해적》, 인문서 《축구는 문화다》 등이 있다. 인문 교양 팟캐스트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남 얘기>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필연과 우연에 천착한다. 반복되는 클리셰에 던져진 인간의 마음이 촉매제가 되어 역사를 짓는다고 믿는다.
무엇이 인생을 촉매하는지 찾는 중이다.
번호 | 처리상태 | 구분 | 제목 | 글쓴이 | 날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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