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의 말
저택에 어둠이 깔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소리.
그 신음소리는 누구의 목소리인지 예측하는 거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 집 여주인이다.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고, 문을 쾅쾅 두들겨도 들려오는 대답은 신음소리뿐이다.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예측하는 건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그건 대체…….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그 역사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건 그리 긴 역사를 갖지는 않는다.
여러 이견이 있으나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이 그 시초, 적어도 본격미스터리의 시초라는 말에 이견을 내놓을 자는 그리 없을 거다.
모르그 가에서 시작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체스터튼, 반 다인으로 이어지는 거장의 등장으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모든 문화 형상이 그러하듯이 추리소설 역시 다른 미스터리 장르에 의해서 그 존재를 위협받는다.
가령 하드보일드, 사회파. 그리고 다양한 미스터리 장르가 나타나며 더 이상 추리소설(=탐정소설)이 미스터리의 전부였던 시절은 끝난다.
이건 곧 본격미스터리라는 말의 탄생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도일과 크리스티 등을 읽고 자라 본격이야말로 미스터리의 전부였지만
차츰 나이를 먹고 다양한 장르와 접하며 본격이라는 장르의 현실감 없는 점에 실망하기도 했다.
과연 누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그런 귀찮은 짓을 저지르고,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탐정이 현실 속에서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의문이 때론 불신과 실망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탐정과 추리를 동경하는 상반된 마음이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다가 현실적인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소한 의문으로
시작한 질문은 결국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내가 추리소설에서 원했던 것은 거대한 수수께끼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파헤치기 위해
탐정이 등장해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그 논리성에 문제가 없다면 현실과 조금 동 떨어진다고 해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인귀』라는 소설은 그런 면에 있어 적확한 소설이다.
과거 검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탐정을 시작한 후지에다 앞으로 날아온 한 통의 편지에서 사건은 시작한다.
아름다운 의뢰인이 등장한 그 다음날 사건은 일어난다. 서서히 밀어닥친 살의는 일가의 목을 조여와 잇달아 희생자가 나타난다.
과연 그 실체가 없는 살인귀는 과연 누구?
이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며 거대한 수수께끼이다.
공정한 게임을 위해 독자에게 단서를 던지며 어디 맞출 수 있으면 맞춰봐.
그렇다면 여러분은 그에 맞서주기를 원한다. 논리적 근거를 내세워 작가가 만든 거대한 수수께끼, 트릭을 파헤쳐줬으면 한다.
그게 본격미스터리 소설의 재미이니까.
살인귀
殺人鬼
저자: 하마오 시로
역자: 김현진
양장/신국변형판
1985 토자이 미스터리 선정 일본 미스터리 100선에 선정
의심많은 딴지 편집부, 이런 건 정말 선정되었는지 확인해봐야 된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Tozai_Mystery_Best_100#East_.28Japan.29
명탐정 후지에다 앞으로 날아온 한 통의 편지
그를 찾아온 아름다운 의뢰인.
그리고 그건 잇달아 벌어질 참극의 프렐류드에 지나지 않는다.
서서히 뻗어오는 살인귀의 검은 손길은 아키가와 일가를 핏빛으로 물들인다.
그 살인교향곡을 지휘하는 살인귀의 정체는 과연?
회색 뇌세포를 자극하는 본격미스터리.
본격의 고전과 마주하다
본격이 상징하는 것들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본격 매니아들은 밀실, 알리바이, 트릭, 연쇄살인, 탐정, 뜻밖의 범인 등을 떠올릴 거다.
물론 그것에다 논리적 문제 해결을 덧붙인다면 아마도 본격에 대한 모든 키워드를 담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아낸 본격추리소설이 있다.
일본 미스터리 전집 중 하나인 하야카와 포켓 미스터리에 단 세 편밖에 없는 일본 작품은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과 유메노 큐사쿠의 『도구라 마구라』, 그리고 하마오 시로의 『살인귀』이다.
앞서 두 작품이 안티 미스터리 성격을 띠고 있다면, 『살인귀』는 전형적인 본격미스터리의 궤도를 쫓아간다.
어느 일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잇달아 벌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범행. 뛰어난 범인에게 농락당하는 경찰과 탐정.
그러나 최후에 탐정은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범인이 저지른 사소한 실수를 파헤쳐 범인을 폭로한다.
그 중간, 중간에 제시된 실마리는 독자에 대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같은 듯 다른 꼴
부유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저택 안을 감도는 이상한 분위기.
작품 속 명탐정인 후지에다도 말했듯이 아키가와 가는 그린 가와 닮았다.
이건 하마오 시로가 〈나 따위는 평생 동안 반 다인 저작 중 비교할 만한 작품을 하나만 쓰더라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할 정도로 높이 치켜세울 만큼 반 다인에 대한 존경심을 그의 소설 『살인귀』에서 그대로 나타낸다.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트릭을 비겁하다며 대차게 깠던 추리 소설가 S.S.(더블에스) 반 다인 옹
“가령 이 현실을 추리소설이라 치고 진범이 그 집 딸 중 누군가라고 한다면 저자는 그다지 실력이 없다고 말해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는 마치 반 다인 소설대로이니까. ……하기는
저자는 일부러 독자의 의표를 찌르려고 그런 곳에서 범인을 정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는 소설 속 인간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는데 히로코가 어젯밤 반 다인의 그 소설을 읽었다는 점은
이번 사건 중에서 너무나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는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이건 후지에다가 오가와에게 했던 말로 이를 통해 하마오 시로는 반 다인에 대한 헌사와 오마주를 보내는 동시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줄거리
도쿄 지방 재판소 도깨비 검사라 불렸던 후지에다 신타로는 검사를 그만두고 탐정 사무소를 열어 우시고메 노파 살인사건, 키요카와 후작 저택 괴사건 등
같은 사건을 해결에 명실상부 명탐정이라 불린다. 그런 그 앞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온다.
발신인은 아키가와 히로코. 부호인 아키가와 슌조의 장녀다.
그녀는 후지에다와 그의 친구 오가와 앞에서 자신의 집으로 누군가 붙인 협박장 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이 일어나 슌조의 아내인 요시코가 의문의 독살을 당한다.
현장을 찾은 후지에다 앞에 호적수인 탐정 하야시다 에이조가 나타난다.
두 명탐정과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잇달아 살인은 벌어진다.
아카가와 저택을 피로 물들이는 살인귀의 정체는 과연 누구?
안녕하세요 Redclock님.
제목에 깜놀해서....허겁지겁 드왔더니...ㅡ.,ㅡ;
잘못 배송한 줄 알았어요 힝.ㅜ.ㅜ
엽서를 부적으로 쓰심이...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