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둘이나 있다는 건 자라면서 새것을 가지기 힘들다는 의미가 아닐까. 크레파스, 가위, 풀. 이런 건 너무 당연했고 심지어 색종이까지도(리얼이다) 언니가 쓰다 남은 것을 학교에 가져갔으니 새것, 내 것에 대한 욕망이 제대로 해결됐을 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6년 전 이사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내 방에 들어갈 가구를 모두 직접 골라 넣었기 때문이다. 방 사이즈를 꼼꼼히 재고 가구 배치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이번엔 방만 채웠지만 언젠가는 작은 집 하나를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우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하면서.
그때 내가 제일 신경 써서 고른 건 책장이었다. 한 칸 한 칸이 바둑판처럼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책장을 한쪽 벽면 가득 채워 넣었다. 책장의 모양은 다음과 같다.
이걸 굳이 아이패드 프로 9.7와 애플펜슬을 이용해 그렸다는 걸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권태
백년해로할 거라 생각했던 책장과 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건 내가 슬슬 피규어를 사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피규어 한 세트를 예쁘게 늘어놓기엔 나무로 된 정사각형 책장의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다시 예쁜 책장을 찾아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일단 예뻐야 했고, 기본적으로 정사각형 책장이어야 했고, 그러면서도 공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다음에 피규어를 더 사면 또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책장을 찾는 여정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헤매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방에는 6년 전에 산 책장이 있다.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규어는 더운 여름에도 다닥다닥 붙어서 있고, 나는 그 모습을 애써 외면하는 비겁한 삶을 살아왔다.
설렘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온 나의 욕망을 다시 꿈틀거리게 한 건, 큐빅스를 실제로 만났을 때였다. 큐빅스를 생산하는 코지텍 본사를 직접 찾은 감상평은 이렇다.
상상하는 무엇이든 현실로 만들 수 있겠다.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말이지(큐빅스2 - 큐트퍼피 미니)
큐빅스의 조립 원리는 이렇다. 모양에 맞는 각자의 부품을 레고 맞추듯 촷촷 붙여보자
조립하는 플라스틱 가구. 이게 얼마나 대단하겠냐, 혹은 단단하겠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고이 접어 날릴 시간이다. 조립하는 모습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동영상에 담았다. 내구성도 거기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업체에서 보여준 영상 중에는 조립을 끝낸 가구에 볼링공을 던지는 것도 있었는데, 이번엔 볼링공이 없어서 인간 볼링공으로 직접 타보았다.
이쯤되면 이 플라스틱은 정체가 뭐길래 이리 단단한 건지 궁금할 텐데, 그 대답은...
기사 더보기
레고의 주소재인 ABS에 있다.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의 ABS 소재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ABS는 충격과 열에 강하고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장난감부터 헬멧, 자동차까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이용된다. 습기에 약하고 유해성분을 방출할 우려가 있는 나무에 비해 인체에 무해한 ABS는 안정성이 보장된다. 나무가 플라스틱보다 고가일거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빛나가는 되는 이유는 이거다. 좋은 원료를 쓰니까. MDF(나무) 소재 대신 ABS를 써서 휘지 않고 포름알데히드 방출이나 새집증후군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큐빅스의 특정한 아이템을 콕 집어 소개하고 싶지만, 큐빅스는 일종의 레고 같은 거라서 ‘이걸 만들 수 있어!’ 라고 소개하기 상당히 애매하다. 게다가 데스크용품으로 쓰기에 적당한 ‘큐빅스 미니’까지 포함하면 아이템 하나를 특정하기 더욱 애매해진다. 원하는 게 있으면 모양 is 뭔들 다 가능하기 때문.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큐빅스 자체의 특성이지 이게 귀찮아서 안 하는 게 아님도 누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의 확장성 말이다(큐빅스2 - 벽선반 Run)
다만,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종류도 많기 때문에 간단히 큰 특성을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
1. 큐빅스2
- 3가지 크기의 판넬을 이용해 조립. 기본적인 책장, 오피스 용품으로 사용하기 좋다.
- 물론 이 ‘기본적인’에는 대단히 많은 상상력이 투입 가능함
2. 큐빅스3
- 1가지 크기의 판넬을 이용해 조립. 대신 스틸봉, 바퀴, 도어 등의 부품으로 사물함, 스툴로도 사용 가능.
- 본격 창조 경제
3. 큐빅스 미니
- 좀 더 작은 큐빅스를 갖고 싶다면, 내 책상 위에 올릴 큐빅스가 필요하다면,
(나처럼) 피규어가 울고 있는 게 안타깝다면 120mm 크기의 큐빅스 미니로 창조 경제에 동참할 수 있다
큐빅스3 - 사물함(다리캡형)
큐빅스미니 - 피규어장 2x2
결론은 말이다
세상은 넓고 가구는 많다. 딴지의 욕심은 크지 않다. 그저 몸 튼튼하고 예쁘고 안전하면 된다. 가구라는게 쉽게 사서 쉽게 버릴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 자꾸 다른 가구를 살펴보면서도 6년째 함께 하는 내 하얀 책장처럼.
요약하면 이렇다. 큐빅스는 튼튼하고, 안전하고, 누구나 쉽게 조립과 해체를 할 수 있고(물론 실제로 조립해보았다), 그 과정이 꽤 재미지며, 예쁘다는 거. 그리하여 1인부터 다인 가구 모두가 쓰기 좋은 가구라 이해하면 되겠다. 직접 들어보고, 주먹으로 두들겨보고, 조립해보고, 해체해보고, 앉아도 보았으며, 아무도 안 보는 사이에 살짝 핥아도 봤고, 핥았음에도 아직 살아있으니 추천한다. 졸라.
검증필증
검증완료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상품명
큐빅스 조립식 가구 부품
제품설명
ABS 재질로 튼튼한 조립식 가구의 부품
검증단평
퍼그맨
깔고 앉아도 끄덕 없는 가구를 부품만 구입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추천대상
DIY 맞춤가구를 꿈꾸나 완성도에 자신이 없고 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좌절하는 분
비추대상
내구성, 실용성보다 목재의 느낌을 우선시하는 분
제품상세정보
구매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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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전쯤 책꽂이용으로 텐바이텐에서 구매했던 제품입니다.
그동안 책이 많아져서 기존꺼에 붙여서 책꽂이를 늘려보려고 부품을 낱개로 주문했습니다.
우선 주문부터 재밌었습니다.
어떤 부품을 몇개나 주문해야 원하는 모양이 나올지 상상하고 그림도 그려보고..
흰색임에도 불구하고 새제품과 색상차이가 난다는게 함정이긴 하지만..
다음에 또 구입하고 싶은 제품이에요.
큐빅스2/큐빅스3/큐빅스미니 제품의 원료인 ABS의 경우 원료 입고 시기에 따라 색상이 차이가 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품질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2015년 하반기 부터 기존 OEM방식에서 직접 생산으로 변경하였으며, 2015년 11월 원료공급업체 교체와 ABS 신재 등급을 상향하여 원료입고 시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색상(품질)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블랙의 경우 광택이 조금 더 추가 되었습니다.)
길이 연장을 위한 1자 조인트는 없나요?
가로가 아닌 세로 확장도 가능한가요?
또, 직접 볼 수 있는 매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댓글 1
큐빅스
2017-06-01 11:43:33
-"큐빅스2" 와 "큐빅스3"는 판넬을 연장하는 일자조인트는 없습니다. (큐빅스미니는 일자 조인트 있는것 아시죠!) -실물을 볼 수있는 매장은 현재 부산 디자인사무실과 경남김해 본사 그리고 경기도에 아주 작은 소매 형태의 매장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실물을 보기는 힘들듯 합니다. 빠른시일내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장에 따른 하중문제로 현재는 없는 상태이며, 필요에 따라 스틸파이프를 이용하는 스타일이 현재 새로 나왔습니다. 딴지마켓에는 옵션이 없는 상태라서 꼭 필요하시면 본사 쇼핑몰을 이용하시면됩니다. 협의를 통하여 딴지쪽에도 제품을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큐빅스1"의 경우도 딴지 미등록 상태이며, "큐빅스1"은 일자조인트로 연결가능한 구조입니다. 단. ABS 소재가 아닌 PP소재이며 사이즈 또한 달라서 큐빅스2/3와는 호환되질 않습니다.
되도록 "딴지마켓"을 이용하시고 옵션이 없는 제품의 경우 본사 쇼핑몰을 이용해주십시요. 본사 쇼핑몰은 "큐빅스"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텐바이텐에서 구매 하셨군요!!
화이트를 감사합니다.
큐빅스2/큐빅스3/큐빅스미니 제품의 원료인 ABS의 경우 원료 입고 시기에 따라 색상이 차이가 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품질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2015년 하반기 부터 기존 OEM방식에서 직접 생산으로 변경하였으며,
2015년 11월 원료공급업체 교체와 ABS 신재 등급을 상향하여 원료입고 시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색상(품질)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블랙의 경우 광택이 조금 더 추가 되었습니다.)
직접 생산으로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현재 큐빅스1 또한 "큐빅스1플러스" 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생산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