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락기
한국에 콩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DMZ에 인접한, 파주 장단에서 나는 콩이 유명한데, 지역명과 콩을 합쳐 장단콩이라 부를 정도다.
파주 장단 콩거리
파주에 들러본 사람은 다들 아시겠지만, 장단콩 거리가 파주에 딱 자리 잡고 있다. 품종은 한국에서 표준이라 불리는 장단백목이나 부르기 쉬운 장단콩으로 더 유명하다.
파주가 장단콩을 널리 알리기 시작하면서 장단콩으로 만든 음식도 같이 홍보하였다. 매년 열리는 ‘파주 장단콩요리 전국 경연대회’가 대표적이다. 이 경연에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순위도 매기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지역 특산물 홍보하고 TV에서 익살스러운 VJ가 나와 알리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도 그랬지만, 막상 맛을 보니 쉽게 볼 게 아니었다.
장단콩요리 전국경연대회 대상 음식
2017년 제 10회 파주 장단콩요리 전국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음식이 있다. 바로 장단콩면 용궁칼국수이다.
장단콩으로 제면을 한 장단콩면을 이용해 만든 것이 장단콩면 용궁칼국수다. 해물 칼국수보다는 장단콩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만드는지부터 확인했는데,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밀가루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데 과연 밀가루만큼 할까 살짝 걱정되면서도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기대감도 들었다. 밀키트 형식으로 용궁 칼국수를 받고 끓여 먹어 보았다.
‘오호! 이 맛은!’
점심을 먹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먹었음에도 장단콩면 용궁칼국수의 맛은 진국이었다. 역시 대상은 허투루 주는 것이 아니었다. 국물은 깊고 면은 쫄깃쫄깃했다. 게다가 면 자체가 맛이 좋았다. 밀가루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음에도 약간의 단맛과 함께 고소함이 물씬 올라왔다.
기대 이상의 맛, 밀가루 0% 장단콩면
장단콩면이 식감도 좋고 맛도 좋을 줄이야. 레시피에 적힌 10분 이상 끓여야 한다는 걸 보고는 퍼지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먹자마자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사진으로 보면 약간 퍼진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밀가루가 들어있지 않아 밀가루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오래 끓여도 충분한 쫄깃함을 느낄 수 있다.
맛을 잘 본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장단콩 용궁칼국수를 만드는 곳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렛츠 고, 용궁 칼국수
파주 장단콩 마을 중심에 있는, 맛집 용궁칼국수를 마치 토끼가 된 심정으로 가보았다. 그러니까 토끼가 처음 용궁 갈 때는 즐겁게 가지 않았나. 나도 즐겁게 갔단 소리다.
파주의 아울렛을 지나 헤이리 마을을 못 가서 장단콩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마음 먹고 용궁칼국수로 가는데,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거리는 꽤 있었지만, 날씨도 좋고 주변 풍경도 좋아 짧게 느껴진 듯하다.
풍차가 있다?!!
분위기가 한몫하는 용궁칼국수
용궁칼국수 입구에 도착하니 거대한 풍차도 있고 제면소도 있고 식당도 보였다. 풍차 안에 제일 먼저 궁금했지만, 일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되기에 제면소 먼저 보기로 했다.
용궁칼국수 제면소
제면소는 용궁칼국수 옆에 자리 잡고 있다. 규모가 거대하지 않지만, 해썹 인증도 받은 정갈한 곳이다.
용궁칼국수 제면소. 큰 간판이 인상적이다.
제면소 안에 들어가 보면, 늘상 만날 수 있는 환복하는 곳이 보인다.
발 끈끈이도 있어 실내화 바닥에 이물질을 한 번 더 제거해 준다.
면 배합기
장단콩 가루 및 오곡들 투하
물을 아주 조금 넣고 배합을 한다.
와다다다다
면 배합기가 있다. 수분 50% 이상은 반죽이라고 하는데, 수분이 적게 들어가다 보니 배합기라고 한다. 배합기의 용도는 단순하다. 오곡과 약간의 물을 넣고 배합기에서 1차로 돌린다. 그런 다음 제면기로 이동한다.
배합을 마친 재료를 제면기로 가져온다. 제면기에 재료를 넣고 면으로 뽑아내는데, 특이한 점이 고온으로 뽑아낸다는 거다. 그래서 반죽, 제면기와는 조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사실 제면소에 들어가자마자 허기가 지기 시작하는데, 고소한 장단콩의 향이 제면소 전체를 휘감고 있어서다. 뭐라도 입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고소한 향이다.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돋군다.
결국 참지 못하고 갓 나온 면을 먹어봐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래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면을 하나 받은 다음 입에 집어 넣어봤는데!
갓 뽑아 낸 장단콩면은 맛있다!
고소하고 맛있다. 어릴 때 먹던 쫀드기의 맛과 조금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그것보다 더 고소한 맛이다. 역시 먹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파스타나 다른 국수로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10년차 식당 사장님
제면소를 쭉 살펴본 후 용궁칼국수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님이 여기까지 잘 왔다며, 용궁 칼국수 오리지널을 권해, 먹으면서 질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로봇 서빙?!
여러 질문을 하던 도중 음식이 왔는데, 사람이 아니라 로봇에 실려 식탁 옆에 섰다. 로봇 서빙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미 있다는 걸 아는 것과 있는 걸 도입하는 건 다른 일이다. 대표님의 정체가 궁금해 졌지만, 일단 먹기로 했다.
먹음직하게 끓고 있는 칼국수에서 국물 먼저 떠 먹어 보았다. 다시 맛본 국물의 맛은 역시나 맛있다. 마치 20년 전통의 오리지널 원조 따봉이라고 해도 좋을 맛이다. 대표님, 경력을 먼저 물어보았다.
대표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용궁칼국수가 처음 하는 장사로 이제 10년이 됐다는 거다.
분명 국물맛은 20년치 내공이었는데?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음식을 잘 하는 게 굳이 경력으로만 판가름나지 않으니까. 그럼 그 이전에 어떤 일을 하였을까?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이과적 맛집
이번 대답도 놀라웠다. 과거 IT 업계에서 일했다고 한다. 코딩을 하실 줄 아느냐는 질문에 다 까먹었다고 하시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언급한다. 그래서 로봇이 서빙을 하는 거구나 싶었다. 오랫동안 일한 전직이라 역시나 전반적인 운영을 철저한 계산으로 실행한다고 한다.
가게 동선부터 시작해, 레시피도 코드 짜듯 정량을 꼭 지켜가면서 한다고 한다. 장단콩면 제면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레시피로 배합해 면을 뽑아 낸다고 한다. 그만큼 일정한 품질로 제품이 나온다는 거다.
직접 맛도 보고 인터뷰도 진행하니 내가 느낀 맛이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제면소에 들렀을 때 떠올렸던 생각을 실행해 보기로 했다.
다양하게 먹는 장단 콩면
장당 콩면을 해물 칼국수로 한정하는 것보다 다양한 면요리를 해먹으면 좋을 것 같아 여러 요리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끓이고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끝
먼저 가장 간단한 시판 비빔장 소스와 함께 장단콩면을 먹어 보았다. 면을 삶기만 하고 양념장을 넣어 먹어봤는데, 장단콩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살아났다. 콩면의 고소한 맛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좋았지만, 밀가루 맛에 익숙한 사람은 고소한 콩면 맛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먹어 봤다.
마늘이 적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마늘이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알리오 올리오에 마늘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콩면 맛은 확실히 올라오더라. 파스타 면으로 만들었을 때와 맛이 다르다. 콩의 고소한 맛 때문에 양념이 적은 요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많은 요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장단콩면의 맛은 확실히 알았다. 면을 좋아한다, 조금 더 고소한 맛을 느끼고 싶다, 그냥 장단콩면이 좋다고 생각 든다면, 구매를 추천드린다.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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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 장단콩면 | |
제품설명 | 장단콩, 귀리, 보리, 현미, 상황버섯. 5가지 곡물을 압착해 만든 장단콩면. | |
검증단평 | 락기 | 면 자체가 고소한 맛이 나서 고소한 소스와 잘 어울리고 한식에 잘 어울렸다. |
추천대상 | 콩면을 좋아하시는 분. 새로운 면을 원하시는 분. 고소한 맛을 즐기시는 분. | |
비추대상 | 콩이 싫다. 고소한 맛이 싫다. 면은 밀가루다라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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