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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국가 일본의 몰락”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는 전쟁이 한 나라의 정치 행위이며 최후의 외교 정책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해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의 막후에 있었던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치적 결정을 중심으로 다뤘다.《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은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괴물로 변해가는 일본》《미국 vs 일본 태평양에서 맞붙다》에 이은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폭주하던 전쟁 국가 일본의 몰락을 그렸다. 일본의 몰락 과정을 살펴보면 전쟁을 시작하기보다 끝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전쟁이 끝나는 상황에서 일본 지도층이 보여준 아집과 욕심 등 여러 행태는 국가 운명을 책임지는 정치가들의 판단이 얼마나 많은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지 보여주는 무능의 극치였다.



“죽음으로 내몰린 일본 국민”



미국은 1942년부터 일본 주요 도시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43년 B-29의 등장은 일본에 악몽이었다. 많은 도시가 폭격으로 파괴되고 불에 탔다. 일본은 미국의 폭격을 막을 수 있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추지 못했으며 대공포 역시 부족했다. 전쟁을 항상 외국에 나가서 치르던 일본으로서는 본토에서 치르는 전쟁은 처음이었다. 이러다 보니 일본은 본토 방어와 대공 무기에 대한 개념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에 미국은 일본을 굶겨 죽이겠다는 ‘기아작전’을 펼쳐 일본의 주요 항만 도시 앞에 기뢰를 깔아 해상 수송마저 차단했다. 일본 국민의 현실은 참혹했다. 폭격으로 죽지 않더라도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결핵과 폐렴에 시달려야 했고 영양실조로 생명 유지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지도부는 본토결전을 위해 국민 총동원을 준비하며 수류탄, 죽창, 활과 화살 등으로 무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전쟁은 정치와 외교의 연장선” 



전쟁을 시작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우발적인 충돌이나 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전쟁을 확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전쟁은 정치적인 이유로 시작된다. 전쟁이 괜히 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다. 그렇다면 종전은 어떨까? 모든 전쟁의 끝 역시 다분히 정치적이다.


전쟁의 시작점에 군인이 있다면 전쟁의 끝에는 언제나 정치인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종전은 개전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다. 전쟁 기간 동안의 ‘감정’에 수많은 경제적 요인, 전후의 처리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2차 세계 대전은 크게 유럽과 태평양 전선으로 쪼개져 있었는데, 소련은 독일과 싸우고 있었고 미국은 독일, 일본과 싸우고 있었다. 독일이 무너지자 전선은 태평양만 남게 되었다. 소련은 일본 영토에 욕심을 내며 일본을 상대로 전쟁에 참여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고 미국은 이런 소련의 팽창에 긴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국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전후 세계 질서를 정리하는 회의를 열었다. 1943년 1월 카사블랑카 회의는 원래 프랑스 두 리더의 화해를 위한 회의였지만 여기서 연합국 지도자들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무조건 항복’이 있을 때까지 전쟁을 수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945년 2월 미국, 영국, 소련의 지도자들과 외교, 군사 참모들이 참여한 얄타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 국제연합 창설, 독일의 분할, 전후 폴란드의 처리, 소련의 일본과의 전쟁 참여가 논의되었다. 1945년 7월에 연합국 지도자들은 독일과 폴란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츠담에 모여 회의했다. 회의 중간에 ‘포츠담 선언’을 하는데 이 선언의 공식적인 명칭은 ‘일본의 항복 조건을 규정하는 선언’이다. 이 선언은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냉철하고 단호했다. 이렇게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전쟁 후 세계 질서를 결정하던 그때 일본은 소련이 자신들과 전쟁을 벌이지 않고 유리한 중개자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하며 본토결전을 준비했다. 이는 일본이 얼마나 국제정치에 어둡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은 일본” 


일본은 포츠담 선언에서 밝힌 연합국의 단호한 모습을 묵살했다. 포츠담 선언은 일본에 항복 조건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하지만 일본 전쟁지도부는 파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1944년 7월 9일 사이판이 함락되면서 일본의 전쟁 패배는 자명해졌다. 미국은 사이판을 발판으로 B-29로 일본 본토를 직접 타격하고 잠수함을 이용해 일본 앞바다를 마음대로 유린했다. 하지만 덴노를 비롯한 황족과 일본 전쟁지도부는 천황제를 유지하는 종전 방안만 모색했다. 그들의 관심은 강화나 종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천황제 유지였다.



1945년 4월에서 8월까지 소련은 언제 일본과의 전쟁에 끼어들지를 고민했고 미국은 소련이 참전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했다. 이 시간 동안 일본은 소련을 통한 강화를 모색하며 시간을 낭비하며 원자폭탄을 맞지 않을 수 있었던 많은 기회를 놓쳤다. 만약 일본이 연합국의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였다면 원자폭탄을 피할 수 있었고 소련의 참전도 없었을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분단도 없었을지 모른다. 일본은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원자폭탄 떨어지다”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히로시마에 첫 번째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원자폭탄이 떨어졌는데도 일본 지도부는 언론을 통제하며 소련에 종전 중재를 타진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했다. 소련은 일본의 바람과 달리 8월 8일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며 참전을 선언했다. 소련의 선전포고문이 일본에 전달된 몇 시간 뒤 두 번째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만약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 후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면 소련의 참전도 나가사키의 두 번째 원자폭탄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많은 나라에 고통을 준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전쟁에 대한 어떤 반성도 없었다.



어리석은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안위보다 자신의 이익과 권력에 집착한다. 최근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을 통해 어리석은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체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외교로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전쟁의 끝자락에 선 일본의 덴노와 전쟁지도부처럼 무모한 선택을 저지를 시간을 우리 국민이 막았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사드와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한반도 상황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첨예한 대립지역인 한반도에 사는 국민으로서 국제정치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책 속으로




사이판 함락 전후로 일본 정계, 특히나 덴노를 둘러싼 비둘기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때 주목해야 할 사람이 덴노에게 상주문을 올렸던 고노에 후미마로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황족 내각 총리를 지낸 히가시쿠니노미야 나루히코東久邇宮稔彦다. 이들은 일본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내심 생각하고 있던 건 ‘천황제 유지’였다.                                                                       -80p-



미국은 충분히 일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일본은 미국 대신 소련을 택했을까? 여기에는 양보할 수 없는 하나의 고집과 하나의 착각, 하나의 망상이 작용했다. 고집은 간단하다. ‘천황제의 유지’로 소위 말하는 국체호지였다. 천황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 총칼을 마주하고 있는 미국보다는 소련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심각한 착각이었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소련에 대해 막연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국제사회의 작동 원리가 ‘이익’이란 걸 잊어버린 유치한 접근이었다.                   -108p-



미국은 일본에게 상식을 기대했다. 상식이 있는 나라라면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상식이 있던 일본 외교성은 반응을 보였다. 외교성의 판단대로 일본이 움직였다면 원자폭탄을 맞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상식적인 나라가 아니었다.                                                - 179p-


검증필증
제품상세정보


▌차례

머리말 ― 한반도에서 국제정치 감각은 필수이다

 

01 ― 불의 도시Ⅰ, 지옥의 시작 

불타는 도시

일본의 자신감

커티스 르메이와 B-29가 만났을 때

 

02 ― 불의 도시Ⅱ, 파국으로 향하는 일본 

폭격을 막을 수 없었던 일본

금붕어에 집착한 일본인

 

03 ― 본토결전 

본토결전

죽음으로 내몰린 일본 국민

 

04 ― 종전을 향한 각자의 희망

전쟁을 끝낸다는 것

 

05 ― 덴노를 보호하라

태평양의 이리 떼들

사이판 함락 막전막후

 

06 ― 침몰 작전, 일본이 선택한 공허한 명예

고노에의 ‘최후의 카드’

 

07 ― 원자폭탄 그리고 소련

맨해튼 프로젝트

 

08 ― 트루먼의 고민과 스탈린의 욕심

절차적 정당성

트루먼의 의심 vs 스탈린의 욕심

 

09 ― 미국과 소련의 수싸움

소련과 일본 사이

 

10 ― 일본의 소련 짝사랑

소련에 목매는 일본

미국과 일본

 

11 ― 포츠담 선언

일본에 대한 최후 통첩

 

12 ― 일본의 실수

망상, 그리고 결정적 실수

 

13 ― ‘묵살’의 대가

원자폭탄이 떨어지다

 

14 ― 덴노의 결단

 

15 ― 종전으로 가는 길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16 ― 옥음방송

방송 녹음 막전막후

 

17 ― 전후

전후

그리고 한국

 

참고 자료


 

▌저자 

이성주


2006년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엽기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대중서 읽기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권위적인 역사 해석을 거부하는 저자는 거침없는 입담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역사는 고루하지도, 현실과 괴리되어 있지도 않으며, 언제나 현실과 함께 있다”는 자신의 신조를 실천하면서 포스코의 ‘포레카 창의 놀이방’,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에서 재미와 유익, 영감을 주는 역사 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는 《왕들의 부부싸움》《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왕조실록》《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진풍경》《발칙한 조선인물실록》《역사의 치명적 배후, 성》《어메이징 조선 랭킹 실록》《글이 돈이 되는 기적》《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괴물로 변해가는 일본》《플라톤, 이게 나라다!》 등이 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이며 독창적 글쓰기로 문화 전반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문화 콘텐츠 창작자로도 유명하다. 《딴지일보》에서 전문가적 지식으로 무장한 군사 분야 논객으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매체와 강연을 통해 지적 쾌락을 만족시키는 역사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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