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잘은모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손 맛이 들어간 밑반찬에 쌀밥으로 된 ‘제대로된 한 끼’를 원하며 살지않는가. 그것 없이 우리 한국인이 어찌 살겠는가. 그래서 딴지마켓이 오래된 반찬 가게 하나를 알아왔다.
작은 반찬 가게에서 종합 한식 중견 업체까지
승화 푸드는 1984년 경동 시장에서 조그마한 반찬가계로 출발했다. 강원도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를 도우며 성장한 신분남 대표는 맛을 내는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했고, 그를 기반으로 마늘장아찌나 양념깻잎 등 절임과 무침 반찬들을 조금씩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작은 반찬가게였지만 오래지 않아 ‘경동시장에 맛있는 반찬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여기 저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출발한 작은 반찬 가게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최신설비를 갖춘 중견 반찬전문업체가 된 것이다. 신분남 대표 본인도 처음 반찬 가게를 시작할 때는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 승화푸드 생산 공장의 구조를 자세하게 보여주는 그림
현재는 된장, 고추장 등 기본적인 양념에서 부터 절임반찬, 젓갈, 조림 등 300여 가지의 반찬을 만들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렇게 많고 다양하게 할 생각은 없었으나, 맛있으니 다른 것도 만들어달라는 주변의 요청으로 만들다보니 품목도 많아지고, 된장 등 장류도 직접 담그게 되었다.”고.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반찬이 되지 않잖아요.’
승화푸드는 해썹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반찬을 만들어 백화점과 대형마트, 한식전문점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매주 2회 전직원을 대상으로 식품위생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자체 품질검사와 외부 품질검사, 위생관리를 위한 비용으로 매출액의 약 10%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한 식품 생산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있다
철저한 위생을 지키는 시설을 취재하기 위한 복장을 갖춰야 했다.
반찬마다, 재료마다 각각 다른 양념을 만들어 사용하고 된장, 고추장, 간장 같은 재료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또한 기계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단순한 작업 외에는 최대한 사람의 손으로 만든다. 예를들어 된장을 만든다 치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저으면서 콩을 삶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 공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반찬을 만드는 데에만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가 필요한 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만들어진 반찬을 먹을 때는 1분만에 ‘한그릇 뚝딱!’이지만, 그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를 다듬고, 삶아서, 세척한 후에, 탈수하고, 밑간에, 양념을 따로 만들어서 등등등... 여러 과정을 지나는 데에는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했다.
‘별나게’ 발로 뛰는 기업 대표
신분남 대표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많은 직원이 종사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이지만 여전히 발로 뛰며 생산 현장에 참여한다. 반찬을 손수 만들고 생산 과정에 문제가 없는 지 확인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대처 방법을 지시하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까다롭게 현장을 확인하기로 유명하다.
신분남 대표가 발로 뛰는 곳은 생산 현장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인 이유는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해서은 아니다. 신 대표는 현대의 식사 문화에서 한식이 점점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서울 국제 식품 산업대전에 참여한 승화푸드
한식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잘 유지되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큰 원동력 중 하나다. 반찬의 맛과 생산 과정에 한국 고유의 전통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유도 마음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경에서 한식을 알리는 행사를 했던 승화푸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열정을 쏟고 있다. 직접 먼 나라로 건너가 우리의 전통 음식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어떻게하면 현대의 음식 문화, 세계의 음식 문화에 한국 전통 음식이 더 잘 다가갈 수 있을 지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한식 반찬으로 이렇게 맛있게 식사한게 얼마만인가
승화푸드 반찬의 가격이 아주 저렴한 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승화푸드는 제철 재료로, 전통 방식에 맞춰, 하나하나 손으로 반찬을 만들고있다. ‘손맛이 들어가지 않으면 한식은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번거롭지만 더 좋은 방식으로 생산된 반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승화 푸드에서 나오는 반찬들로 한상을 차려봤다. 각각의 반찬들이 가진 맛을 즐기기 위해 밥을 먹다보니까 순식간에 두 그릇을 뚝딱했다. 이 정도면 밥도둑이 아니라 밥 횡령꾼이 아닌가 싶을 정도.
한국 사람이 한식으로 제대로 한끼 먹고싶은 맘을 가진 것은 당연하다.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바쁘고 힘드니까 반찬 해먹기 귀찮은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는 것도 먼저 먹어야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여기, 딴지가 알아온 오래된 반찬 가게 한번 둘러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