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이전에 매장에서 GW*ll 사의 무선청소기를 2년 사용하다가 갑자기 안되길래 싹쓰를 구입했습니다.

이 청소기를 사용할수록 엔지니어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고가의 청소기들과 유사한 구조를 제대로 동작하도록 구현해 놨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유사 기종에 비하면 흡입력은 거의 최상급이고, 브러시도 충분히 강력하게 구동됩니다. 구동음도 안정적이고, 통을 뺀다거나, 잘 못 끼워서 모터가 망가진다거나 할 일도 없도록 구조가 잘 짜여 있습니다. 배터리 타임도 유사 기종에 비하면 굉장히 정직하고 오래갑니다. 충전 거치대도 딱 맞게 잘 짜여 있어서 꼽을 때 삑사리 나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스펙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펙에는 나오지 않는, 실제 사용성에서는 최악입니다. 청소기의 무게 중심이 앞쪽 상단에 치우쳐져서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청소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먼지통을 왼손으로 받쳐들게 됩니다. 팔에 무게가 걸리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 중국산 유사 기종은 전체 무게의 40%를 악력으로 버틴다 치면, 이건 악력이 60%는 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그냥 한손으로 쭉 했는데, 오른손 검지의 두번째 마디의 접히는 부분의 피부가 벗겨졌습니다. 뭐, 지금은 익숙해져서 벗겨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대신 그립이 봉을 꽉 쥐는 형태가 아니라, 야구공을 쥐는 느낌으로 변했습니다

청소기 관도 메탈 재질이라 고급스럽고 튼튼해 보이는건 좋은데, 이런 최악의 무게 중심에 엄청나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땅개로 군대를 다녀오신 분이라면 K201 이 왜 더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지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슨의 모터와 배터리의 위치도, 이런 비율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다음 버젼을 기대하겠습니다.